[셰프&레스토랑]신라호텔 日식당 ‘아리아께’ 스타일링한 후쿠다 노리코 씨

  • Array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의 톱 스타일리스트 후쿠다 노리코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양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카메라 앞에 수줍게 섰다. 카메라 앞에 선 모습에서 그의 단아한 상차림이 연상됐다. 아리아께에서는 가열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생사케를 맛볼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본의 톱 스타일리스트 후쿠다 노리코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양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카메라 앞에 수줍게 섰다. 카메라 앞에 선 모습에서 그의 단아한 상차림이 연상됐다. 아리아께에서는 가열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생사케를 맛볼 수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묵직한 서류 파일에서 사진 여러 장을 꺼냈다. 사진 속에는 거칠고 못난 막사발잔이 있었다. 400년 전 일본의 한 장군이 살았던 고택에서 며칠 전 열린 오차카이(다도회) 행사에 올려진 막사발잔이라고 했다. 이어진 사진에는 오차카이가 끝난 후 막사발잔이 고운 빛깔의 보자기에 여러 겹 싸여 묵직한 보관함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마치 대단한 보물을 보고 온 양 기자에게 말하는 내내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의 막사발이 건너와 일본의 도자기 기술이 발달할 수 있었어요. 일본음식이라고 해도 일본의 전통적인 맛과 함께 한국의 정서를 담고 싶어 한국에서 일하게 됐죠. 제게 막사발은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한국음식인 추어탕을 사랑한다는 일본 톱 스타일리스트 후쿠다 노리코 씨의 이야기다.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와 협업 중인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한국의 막사발은 내게 보물

후쿠다 씨는 원래 잡지사 기자 출신이다. 리빙 잡지에서 요리와 관련된 취재를 하다 아예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전업했다. 일본 ‘가정화보’, ‘부인화보’ 등 리빙 잡지의 자문위원뿐 아니라 일본 포시즌스호텔, 콘래드힐턴호텔 레스토랑도 그의 손을 거칠 정도로 레스토랑 컨설턴트로도 이름이 높다.


그가 신라호텔과 손을 잡은 것은 2006년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의 새 단장을 할 때다. 당시 스타일링 디렉터로 초빙돼 기존 클래식하던 일식당을 간결하면서도 기품과 힘을 지닌 미니멀리즘이 담긴 공간으로 새롭게 변신시켰다. 신라호텔 홍보팀 나도연 주임은 “리뉴얼 작업 이후 지금까지 시즌마다 아리아께를 찾아 그릇 하나하나에서부터 젓가락, 꽃장식, 냅킨 주름까지 챙길 정도로 아리아께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후쿠다 씨가 푸드스타일링을 할 때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는 그릇이다. 아리아께에서 쓰이는 술잔부터 수저받침까지 모두 한국과 일본의 유명 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일본의 전통미와 한국의 감수성을 잘 조화시킨 완성미가 아리아께의 맛에 멋을 더했다.

한여름 밤 냉사케와 오쓰마미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선보인 오츠마미. 그릇을 여는 움직임, 음식을 입에 넣는 동작 하나하나를 머리 속에 그려가며 이야기를 담은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에서 선보인 오츠마미. 그릇을 여는 움직임, 음식을 입에 넣는 동작 하나하나를 머리 속에 그려가며 이야기를 담은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본에서는 술안주를 간단히 집어먹는 음식이란 의미로 오쓰마미라고 부른다. 후쿠다 씨는 이날 오쓰마미를 담은 두 가지 상차림을 선보였다. 반원 모양의 하얀 도자 그릇에는 뚜껑이 덮여 있다. 뚜껑 위에는 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알이 포도넝쿨과 함께 놓여 있다. 후쿠다 씨의 스타일링에는 흐름이 담긴 이야기가 있다. 후쿠다 씨는 “뚜껑이라고 생각한 그릇 위에 간단한 과일을 놓아 잠깐의 즐거움을 주려고 했다”며 “쌀로 만든 사케는 과일과도 참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청매실과 오징어 계란말이, 전복, 갯장어, 은어조림 등 신선하고 담백한 오쓰마미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3대 진미라 불리는 성게알 ‘우니’, 숭어의 난소를 소금에 절여 말린 ‘가라스미’, 해삼창자젓 ‘고노와타’가 각각의 오쓰마미와 잘 어우러져 진귀한 맛을 더했다. 오쓰마미는 한입에 쏙 들어가게끔 만들어졌다. 원재료 본연의 색이 살아 있어 눈도 즐겁다. 갯장어를 입안에 넣자 바다 향이 가득 찼다.

이 오쓰마미를 2단 찬합에 넣은 상차림도 있다. 후쿠다 씨는 “그릇을 여는 움직임, 음식 하나하나를 입에 넣는 동작, 술잔으로 손이 가는 장면을 머릿속에 상상해가며 스타일링을 한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매일 오후 8시 반 이후 신라호텔 아리아께에서는 후쿠다 씨가 제안하는 냉사케와 오쓰마미를 즐길 수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