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이상화 교수에 대한 연시집 펴낸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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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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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흔여덟의 고은 시인이 열네 살 연하의 아내인 이상화 중앙대 교수에게 바치는 시집 ‘상화 시편’을 냈다. 결혼 29년차인 고은 시인은 “매일 일상이 여전히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왼쪽), 1983년 결혼식 당시의 고은 시인과 이상화 교수 부부. 동아일보DB
일흔여덟의 고은 시인이 열네 살 연하의 아내인 이상화 중앙대 교수에게 바치는 시집 ‘상화 시편’을 냈다. 결혼 29년차인 고은 시인은 “매일 일상이 여전히 감동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왼쪽), 1983년 결혼식 당시의 고은 시인과 이상화 교수 부부. 동아일보DB
“상화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겁니다. 제 작품은 아내와의 합작이고, 아내 없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고은 시인(78)이 아내 이상화 교수(64·중앙대 영문과)에게 바치는 연시집(戀詩集) ‘상화 시편’과 시집 ‘내 변방은 어디 갔나’(이상 창비)를 나란히 냈다. 지난해 4월 연작시 ‘만인보’를 완간한 지 1년 3개월 만에 발표한 신작들이다. 특히 아내의 이름을 제목에 붙인 ‘상화 시편’은 문단 활동 53년 만에, 160여 편의 시집을 내고서 처음 선보이는 연시집이다.

“대개 사랑 노래라고 하면 꿈을 노래하거나 잃어버린 사랑을 얘기한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은 나날이 진행되는 현재고 일상이다. 사랑은 내 당분이고 탄수화물이고, 내뱉는 질소다. 한 인간이 한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감동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1983년 5월 5일 결혼한 이들은 결혼 29년차 부부다. 하지만 시인의 아내 사랑은 한창 연애 중인 연인들처럼 열정적이고, 대범하고, 닭살 돋는다. 6일 만난 고은 시인은 “이 시집을 세상에 내보이는 만용을 나는 용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자고 나자/나는 나의 아내였다/나의 눈은/아내의 눈이었다//유토피아 여기’(‘상화 시편’ 중 ‘변신’ 전문)

‘상화 시편’에는 아내와의 소소한 일상의 기쁨, 그리고 사랑과 존경의 감정이 가득하다. 시인은 ‘아내는 나에게 정신의 삶을 만들어주고 내 후반의 영감을 이끌어주는 영감의 화산’이라고 토로한다. 아내는 몇 년 전부터 남편의 시집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돕고 있다. 반려자이자 동업자인 셈이다. 왜 이제야 고마움을 표현할까.

“사실 1980년대 후반 (연시집을) 쓰고 싶었는데 아내가 말렸지요. 당시에 사랑을 노래하면 위화감이 생긴다고요. 그때 책이 나왔으면 지금처럼 생활시가 아니라 ‘오, 태양이여’라는 식의 몽환적인 시가 나왔을 거야. 그러면 도종환(‘접시꽃 당신’을 쓴 시인)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하.”

고은 시인은 아내가 지은 ‘어느 별에서 왔을까’를 몰래 시집에 실었다. 아내의 시도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어느 별에서 왔느냐고/불쑥 묻지 말아요/어느 별에서 왔기에/우리의 사랑 이리도 끝없고 바닥도 없는 것이냐고/다그치며 묻지 말아요/…’

고은 시인은 아내가 정년퇴임을 하면 내후년께 시베리아로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세대를 향해 “교훈을 주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랑보다는 서로 존경하며 살았으면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10월이 오면 고은 시인은 주위의 수상 기대감에 홍역을 치렀다. 그는 올해 수상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못 받은 걸로 하겠다”며 잘라 말했다. “발표 날에는 (경기 안성 집을 떠나) 강원 정선이나 영월 어디쯤 가 있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말 안 해주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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