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사람의 마음을…’ 쓴 김상근 연세대 교수

  • Array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최고 부자 메디치家 부흥 비결은 신뢰와 겸손”

“세상을 바꾸려면 세상을 보는 눈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런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암흑의 시대라는 중세에 새로 다가올 근대를 보며 지식인과 예술인들을 후원한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35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메디치 이야기’(21세기북스)를 펴낸 김상근 연세대 교수(47·사진·종교학)는 15, 16세기 피렌체 명문가 이야기의 현대적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메디치 가문은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이었다. 16세기에 교황을 두 명이나 배출했고, 프랑스 왕실에 두 명을 시집보내 왕가 가문이 됐다. 피렌체 예술가와 학자를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으며 가문의 모든 재산과 예술품을 전부 피렌체 시민들에게 기증했다.

김 교수는 “메디치 가문이 유럽 전체의 철학 사조에도 영향을 끼쳤다”며 플라톤의 저작을 라틴어로 번역 출간한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당시 유럽에는 세상을 현실적 과학적 문제로 파악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만 관심이 많았는데, 플라톤의 초월적 이데아적인 사상을 소개함으로써 유럽 사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와 학자를 후원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오늘날에도 상류층이 예술가와 지식인을 후원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메디치 가문은 신뢰와 겸손으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

“은행의 큰 고객이었던 교황이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의해 체포돼 감금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보살핌으로써 신의를 지켰습니다. 또 하늘을 찌를 듯한 부를 가졌지만 피렌체 사람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말도 타지 않고 걸어 다닌 사람들이 메디치가 사람들입니다.”

메디치 가문이 보여준 신의는 이후 수많은 추기경과 교황이 거래 은행을 메디치가로 바꾸도록 이끌었다.

메디치 가문 2대의 수장인 코시모 데 메디치(1389∼1464)는 플라톤의 철인(哲人) 정치를 직접 실현했다고 김 교수는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는 민중에 의해 과도하게 정치가 흔들리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았고, 사회를 발전시키려면 철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부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겐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물질을 넘어 정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한 데 있습니다. 예술가의 작품을 사는 소비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문화의 생산에 참여했던 것이죠. 물질과 정신의 조화, 새로운 문화 창조는 결코 부자만의 향유물이 되어서도 안 되고, 실제로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