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72>今에 國家閒暇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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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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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4장에서 맹자는 ‘仁則榮(인즉영·어질면 영화롭게 된다)’이라고 했다. 군주가 仁政(인정·어진 정치)을 행하면 그 군주와 그 나라는 榮華(영화)롭게 되리라는 뜻이다. 이어서 맹자는 정치의 道를 논하여, “어진 이가 지위에 있고 재능 있는 자가 직책에 있어서, 국가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미쳐서 정치와 형벌을 밝힌다면 비록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그 군주와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의 군주들은 ‘不仁則辱(불인즉욕·어질지 못하면 치욕을 당한다)’의 원리에 어두웠는지, 仁政을 행하지 않아서 결국 恥辱(치욕)을 입고는 했다. 맹자는 국가가 평안할수록 深謀遠慮(심모원려·깊은 꾀와 미래를 내다보는 생각)가 요구되거늘 군주들이 게으른 데다 흥청망청하여 殃禍(앙화)를 自招(자초·스스로 부름)한다고 개탄했다.

國家閒暇란 앞서도 나왔듯이 內憂外患(내우외환)이 없어 나라가 小康(소강·조금 안정됨)의 상태에 있음을 가리킨다. 閒은 閑과 같다. 及是時는 ‘바로 이 시기에 미쳐서’로, 나라가 평안하므로 오히려 할 일을 명확히 인식해서 실천해야 하거늘 이런 시기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질책하는 뜻을 담고 있다. 般樂은 ‘즐기고 놂’으로 般逸(반일)과 같다. 이때의 般에 대해서는 ‘크다’로 풀이하거나, 伴(반)과 같이 ‘함께’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般은 본래 盤(반·대야)을 친다는 뜻을 나타내는 會意(회의)의 글자이므로, 般樂은 대야 모양의 악기를 치면서 노는 것을 가리켰고, 거기서 뜻이 변해 즐기고 노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으리라 추정된다. 怠敖는 게으르고 멋대로 논다는 뜻이다.

위정자들은 어느 시기든 위태로운 상황을 맞아 결코 소홀히 여기고 쉽게 넘어가리라 여겨서는 안 된다. 그렇거늘 역사 속의 많은 군주가 당면한 難題(난제)를 등한시해 비난을 받았다. 현대도 정치철학을 지닌 위정자라면 小康에 만족하지 않을 터이다. 더구나 현재의 평온함은 소강의 상태도 아니다. 그렇거늘 몇몇 인사는 般樂怠敖하다 못해 不正腐敗(부정부패)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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