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67>詩云 自西自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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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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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孫丑(공손추)·상’ 제3장에서 맹자는 以力假仁(이력가인)의 覇道(패도)와 以德行仁(이덕행인)의 王道(왕도)를 준엄하게 구별해서 후자를 칭송했다. 맹자에 따르면,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상대방이 힘이 부족해서 복종하는 것이지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비해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면 상대방이 마음속으로 기뻐해서 진정으로 복종하게 되는데, 그 사실은 70제자가 공자를 복종한 사실에 잘 나타나 있다. 맹자는 다시 ‘시경’ 大雅(대아) ‘文王有聲(문왕유성)’편에서 문왕의 아들 무왕의 덕을 칭송한 구절을 인용해서 무왕이 덕으로 주변 제후들을 복종시킨 사례를 들었다. 문왕의 뒤를 이은 무왕이 은나라 紂王(주왕)을 정벌하려고 하자, 미리 약속하지 않고도 많은 제후가 합류했다고 한다.

‘詩’는 공자가 말한 ‘詩三百(시삼백)’을 말한다. 詩三百은 대개 한나라 때 유교의 경전으로 공인되면서 ‘경’이란 명칭이 붙었는데, 그 이전의 맹자는 ‘詩’라고만 불렀다. 自西自東과 自南自北은 모두 동사 來(래)가 생략되어 있다고 보면 좋다. 無思不服은 ‘사모하여 복종하지 않음이 없다’는 말로, 이중부정의 표현을 통해 완전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思는 무왕의 덕을 사모한다는 말이다. 此之謂也는 ‘이것을 말한다’인데, 此가 가리키는 것은 지난 호에 나온 ‘王者의 以德服人(이덕복인, 덕으로 남을 복종시킴)’이다.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남을 복종시키는 데 ‘뜻을 두므로’ 일시적으로는 남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나 언젠가는 불복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남을 복종시키는 데 ‘뜻을 두지 않으므로’ 남이 저절로 복종하게 된다. 力과 德을 대립시켜 논하는 것은 역사상의 정권이나 현대의 여러 조직에 대해 그 성립 원리를 온전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위정자나 지도자라면 力보다는 德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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