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안 ‘한중작가회의’ 양국 50여명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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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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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新문학운동 원천은 고전”
“한국문학, 풍요 속 빈곤 위기”

한중작가회의에서 기조발제를 듣고 있는 소설가들. 오른쪽부터 소설가 서하진, 성석제, 지예, 은희경 씨. 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중작가회의에서 기조발제를 듣고 있는 소설가들. 오른쪽부터 소설가 서하진, 성석제, 지예, 은희경 씨. 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중국 산시(陝西) 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은 한나라부터 당나라까지 1000년 넘게 국도(國都)로 번성한 도시.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당나라 시대 최전성기엔 인구가 100만 명이 넘었다. 동쪽 신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현재 이 도시는 인근의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보려고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도시 곳곳에는 병마용갱에서 출토된 병사와 말의 모형이 서 있고, 그 옆에는 30층이 넘는 주상복합건물과 빌딩들이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다.

신고(新古)의 매력을 지닌 이 도시에서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문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회의를 열었다. 11일 시안 탕화호텔에서 개막한 제5회 한중작가회의는 고도(古都)에서 열리는 대회답게 ‘전통과 현대, 디지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삼았다.

시안시작가협회 주석인 우커징(吳克敬) 씨는 개막사에서 “유서 깊은 고도인 동시에 급속한 현대화에 따라 첨단, 거대 도시가 된 시안에서 한중 작가들이 모여 문학의 전통과 현대를 얘기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단의 대표를 맡은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는 “한국 사람들은 장안이란 이름을 많이 쓰는데, 그곳이 바로 시안인 줄 모르고 지낸 적도 있었다. 한중 작가들의 교류의 폭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에서는 중국과 한국 평론가가 나란히 양국 문학의 흐름을 조명했다. 시베이(西北)대 양러성(楊樂生) 교수는 발제문 ‘신문학의 역사적 자원인 전통문학’에서 20세기 초 중국에서 일었던 신문학 운동에 대해 “신문학 운동이 현실주의적 글쓰기라는 변화를 가져왔지만 결국 소재는 전통문학에서 끌어왔다”며 “중국 현대 소설가인 루쉰의 작품 속에서도 ‘사기’ ‘유림외사’ 등 고전을 읽어낼 수 있다”며 과거와 현재의 중국 문학을 짚었다.

서울대 오생근 교수는 ‘문학의 위기와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문을 통해 한국 문학의 위기를 진단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는 다양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작가임을 자처하는 사람이 많아져 양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이는 하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의 위기는 빈곤의 외양으로 나타나지 않고 풍요로운 양적 팽창 속에서 온다”며 “결국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반성하게 만드는 깊이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인이자 수필가인 류윈(劉云) 씨가 소설가 은희경 씨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소설가 성석제 씨가 류윈 씨의 수필 ‘그윽한 젖향기’를 낭독하는 등 서로의 작품을 맞바꿔 읽으며 우의를 다졌다.

올해 행사에는 한국 쪽에서 소설가 김주영, 구효서, 이현수, 은희경, 성석제, 전경린 씨, 시인 황동규, 이시영, 정끝별, 장석남 씨, 평론가 김치수 씨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짱신세기문학상, 히말라야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츠런뤄부(次仁羅布), ‘자핑와장편산문선’으로 루쉰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자핑와(賈平凹) 씨, 시선집 ‘서정시선’이 한국에 출간되기도 한 시인 수팅(舒정) 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한중작가회의는 12일 낭독 및 토론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시안=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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