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1>生於其心하여 害於其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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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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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공손추가 부동심과 관련하여 어떤 점이 장점이냐고 물었을 때, 맹자는 知言(지언·말을 앎)과 善養浩然之氣(선양호연지기·호연지기를 잘 기름)의 두 가지가 장점이라고 대답했다. 공손추는 위에서 志(지)와 氣(기)의 문제를 논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어서 호연지기에 대해 먼저 질문을 하고, 다시 知言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공손추가 知言이란 무엇인가 묻자, 맹자는 피辭(피사·편벽된 말), 淫辭(음사·방탕한 말), 邪辭(사사·간사한 말), 遁辭(둔사·도피하는 말) 등 담론상의 네 가지 병통을 열거하고 자신은 그 각각을 통찰하는 식견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맹자가 담론의 네 가지 병통을 구별한 것은 전달 내용과 방식, 발화 상황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다만, 맹자는 不動心章에서는 언어의 문제를 마음과 정치에 주로 연결시켰다.

生於其心과 害於其政에서는 於의 두 쓰임이 서로 다르다. 앞의 것은 기원을 나타내고 뒤의 것은 종착을 나타낸다. 發於其政과 害於其事에서의 於도 같다. ‘聖人이 復起라도 必從吾言矣시리라’는 自信自負(자신자부)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앞서 告子는 상대방의 말에 이해되지 않는 바가 있으면 이것을 마음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판단을 중지하라고 했고, 심지어 義란 외면에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으니, 맹자와는 전혀 다른 논리이다. 주자(주희)는 이렇게 말했다. 맹자는 상대방의 말에 병통이 있음을 보고 그의 마음에 잘못이 있음을 알고 또 그 말이 정사에 결정적으로 해가 되리란 것을 알아서 이와 같이 말했으니 마음에 도를 통달하여 천하의 이치에 의심함이 없는 분일 것이다.

맹자가 과연 마음에 도를 통달하여 천하의 이치에 의심함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인식과 담론에서 발화 형식의 미세한 차이를 궁구한 것은 한문고전의 언어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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