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남들 꺼려도 내겐 기회… 사람복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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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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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4편 동시다발로 올리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4월 30일부터 6월 26일까지 연극 3편과 뮤지컬 1편을 무대에 올리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이 작품들의 포스터 앞에 섰 다. 왼쪽부터 최정원 씨 주연 ‘피아프’(오경택 연출), 김성녀 씨 주연의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구태환 연출), 차범석희곡상 당 선작인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 강부자 조민기 장영남 씨 주연의 ‘산불’(임영웅 연출).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월 30일부터 6월 26일까지 연극 3편과 뮤지컬 1편을 무대에 올리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이 작품들의 포스터 앞에 섰 다. 왼쪽부터 최정원 씨 주연 ‘피아프’(오경택 연출), 김성녀 씨 주연의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구태환 연출), 차범석희곡상 당 선작인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 강부자 조민기 장영남 씨 주연의 ‘산불’(임영웅 연출).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사람들이 요즘 저만 보면 그래요. 박명성이는 참 복도 많다고.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요.”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49)는 이번 봄 시즌 도박에 가까운 도전에 나섰다. 30일 개막하는 연극 ‘피아프’(6월 5일까지·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를 시작으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5월 5일∼6월 19일·충무아트홀 대극장), 차범석희곡상 당선작을 극화한 ‘푸르른 날에’(5월 10∼29일·남산예술센터), 고 차범석 씨의 대표작 ‘산불’(6월 5∼26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까지 4편의 공연을 동시다발로 올린다. 다른 기획사가 1년간 올릴 공연을 두 달 동안 소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산불’은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는 최초 공연이다.

“제가 산불을 해오름극장에 올리겠다고 하니 모두들 경악하는 눈빛으로 절 보셨어요. 한 30초 동안 아무 말씀 없다가 한 분이 그러시더군요. ‘박명성이는 산불 때문에 망하든가 흥하든가 둘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여기엔 전사(前史)가 있다. 산불은 신시가 45억 원을 투입해 2007년 무대에 올렸다가 흥행에 참패했던 대형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의 원작이다.

“댄싱 섀도우가 끝났을 때 일부러 무대세트와 의상을 몽땅 태우면서 ‘다시 시작이다’라고 되뇌면서 ‘언젠가 연극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했죠. 그렇지만 그게 이렇게 일찍 오게 될 줄 저도 몰랐습니다.”

박 대표는 1999년 극단 신시 대표가 된 뒤 신시뮤지컬컴퍼니로 이름을 바꾸고 뮤지컬 제작에 주력해 왔다. 2009년 신시컴퍼니로 재개명하면서 지금까지 뮤지컬(11편)과 연극(11편)을 병행 제작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장(2007∼2009년)을 하면서 뮤지컬 제작시스템을 연극에 접목해 연극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자는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중극장과 대극장 연극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해 연극에 대한 투자를 늘려오다가 다시 ‘산불에 불이 붙은’ 거죠.”

흥행을 염두에 둬야 할 제작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남들이 꺼리고 하지 않는 길을 택하는 역발상의 도전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며 강행했다. 그런데 김성녀 씨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개막을 앞두고 원작소설이 미국에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낭보가 터졌다. 지난해 뮤지컬 ‘아이다’ 공연 전에 오랫동안 뮤지컬 제작의 동반자였던 음악감독 박칼린 씨가 스타덤에 오르면서 흥행에 불을 지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승부사로서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는 “그저 인복(人福)이 좋아서”라고만 했다. 하지만 그건 그가 그만큼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이기도 하다. 샹송 여제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그린 ‘피아프’는 지난 1년간 전국 23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치며 신시에 많은 돈을 벌어다 준 뮤지컬 ‘맘마미아’의 여주인공 최정원 씨를 위한 공연이다. 피아프 역을 너무도 사랑한 최 씨를 위해 ‘맘마미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광주민주항쟁의 상처를 다룬 ‘푸르는 날에’는 그가 양아버지처럼 모셨던 차범석 선생을 기리는 희곡상 수상작이다.

올 봄학기부터 명지대 교수가 돼 일주일에 16시간씩 강의를 진행하면서 4개 작품을 동시에 제작할 짬은 어디서 날까. 그는 “원래 하루 5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면서도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신시 제작스태프를 믿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답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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