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프 딜릭 “경제발전의 열매 나눌 수 있는 주민 ‘삶의 질’ 측정지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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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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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계화 비판 美석학 아리프 딜릭 교수

아리프 딜릭 전 미국 오리건대 석좌교수는 “자본의 글로벌화로 소외 받는 국민이 없도록 국가가 분명한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제공
아리프 딜릭 전 미국 오리건대 석좌교수는 “자본의 글로벌화로 소외 받는 국민이 없도록 국가가 분명한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제공
“글로벌 자본주의에는 당연히 이점과 폐해가 공존한다. 경제적 이득의 불균형 같은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장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직접 들여다봐야 한다. 경제학자가 제시하는 국내총생산(GDP)만으로 삶의 질을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의 전 지구화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미국 석학 중 한 명인 아리프 딜릭 전 미국 오리건대 역사학과·인류학과 겸임 석좌교수(71)를 14일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딜릭 교수는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 인문학 연구단’ 주최로 15일 부산대 효원산학협동관에서 ‘글로벌화, 토착주의, 사회운동 그리고 장소의 정치학’을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중국 현대사를 전공한 그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폐해와 대안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글로벌화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지역(local)’에 주목해 왔다. 저서로 국내에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와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유산과 프로젝트로서의 과거’가 소개돼 있다.

딜릭 교수는 전 지구화의 흐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지구화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방면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양산되면서 경제적 이득의 불균형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대안 중 하나로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삶의 질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 “경제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윤택함이다. GDP와 같은 획일화된 통계치가 아닌 주민들의 삶의 질, 복지를 직접 살필 수 있는 새로운 측정 지수를 만들어 주민의 삶을 직접 들여다봐야 한다.”

한편으로 그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이런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나 사회운동단체에 의해서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보다 나은 공동체 구성을 위해 국가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국민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현대사에 정통한 학자로도 알려져 있는 그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중국식 발전 모델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가져다 쓸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특히 ‘지역’의 자율성을 살리지 못한 체제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없는 ‘나쁜 발전 모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 왔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때 영향을 받지 않은 데 주목한 나머지 이전의 역사적 발전 맥락을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발전 모델은 한국이나 대만에서 볼 수 있는 정부 주도형 경제발전의 한 형태”라며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식 산업 구조를 가졌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교육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강조도 이어졌다. 그는 “부산의 대학생들도 부산보다는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더 많을 것이다. 세계화를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자기 지역에 기반을 둔 이야기로 세계화의 장단점을 살피는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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