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붙인다, 영화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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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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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아트전 ‘피처링 시네마

호주 작가 트레이시 모팻의 ’엄마’.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호주 작가 트레이시 모팻의 ’엄마’. 코리아나미술관 제공
‘피처링 시네마(Featuring Cinema)’전은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영화 이미지를 빌려와 새로운 맥락으로 편집하고 재구성하는 비디오 아트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에서 5월 31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브루스 코너, 임민욱 씨 등 국내외 작가 9명의 영상 작품을 ‘파괴와 조합의 미학’ ‘네버 엔딩 스토리’ 등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우선 실험영화 감독과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미국 작가 코너의 영상이 눈길을 끈다. 그는 콜라주 기법을 영화에 적용해 뉴스, 영화, TV, 광고, 포르노 등을 무작위로 편집한 파운드 푸티지 필름(Found footage film)을 개척한 인물. 이번에 소개된 1961년 작 ‘코즈믹 레이(Cosmic Ray)’에선 만화영화와 광고 등의 이미지와 나체로 춤추는 여인의 모습 등 이질적 영상이 뭉뚱그려지면서 지각의 교란을 일으킨다.

이와 달리 유사한 의미를 가진 영상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업도 있다. 호주 작가 트레이시 모팻의 ‘엄마’는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 중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다룬 상투적 장면을 모아 20분 길이 영상으로 재편집한 작품이다. 웹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노재운 씨는 자신이 수집한 필름 누아르 영화 49편을 압축 편집해 관객이 임의로 골라 보도록 했다. 독일의 크리스토프 지라르데와 마티아스 뮐러, 올리버 피에치도 꿈과 환각, 거울 등 특정 모티브를 주제로 영화 속 이미지를 재배열했다.

전시작 중 폐쇄회로(CC)TV에 잡힌 실제 이미지를 엮어 공상적 동화를 구성한 마누 루크슈의 ‘지워진 얼굴’, 1972년 미국 브루클린에서 벌어진 은행강도 사건을 비디오, 신문기사, 포스터 등으로 재구성한 피에르 위그의 ‘제3의 기억’이 인상적이다. ‘제3의 기억’의 경우 감옥에서 석방된 진짜 범인을 등장시켜 당시를 재연한 영상, 최근 타계한 시드니 루멧 감독이 같은 사건을 소재로 만든 ‘개 같은 날의 오후’의 장면을 병렬해 영화적 허구가 진실을 왜곡하고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일깨운다. 02-547-91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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