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부터 외국인까지… 한문 번역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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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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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大 등 5개 한문번역대학원… 졸업때 논문대신 고전국역 제출

29일 성균관대 한문고전번역대학원 진재교 주임
교수가 ‘한국학술사개관1’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9일 성균관대 한문고전번역대학원 진재교 주임 교수가 ‘한국학술사개관1’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근 성균관대 한문고전번역대학원 협동과정(석·박사 통합) 학생들이 책을 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후기 북학파 실학자 이희경의 ‘설수외사(雪岫外史)’를 담당 교수와 졸업학기 대학원생 5명이 2년 반에 걸쳐 국역한 것. 현재 한문번역 대학원 과정을 둔 대학은 2008년 개강한 성균관대를 비롯해 고려대 조선대 전남대 안동대 다섯 곳으로 이 과정의 학생들이 국역서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한문고전번역대학원 협동과정 강의실을 찾았다. 대학원 주임교수인 진재교 교수의 ‘한국학술사개관1’ 강의가 한창이었다. 18, 19세기 사대부들이 견문한 것을 자유롭게 끼적인 ‘필기류’, 지식을 여러 분야로 나눠 묶은 ‘유서’의 학술사적 의의에 대한 강의였다. 진 교수는 “조선 후기 서적 역사를 살피고 이 중 번역 의의가 높은 고전을 찾는 법을 배우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20∼40대 수강생 26명은 한문학 전공자부터 이공계열 전공자, 해외 학사학위 소지자,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설수외사’ 번역자 중 한 명인 강민정 씨(40)는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출신. 18세기 사대부 출신 산학가(算學家) 남경길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강 씨는 “천문학 고전 전문번역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8학기 동안 한문학, 일반 역사, 학술사, 번역사, 문헌학, 교감학(校勘學·같은 종류의 여러 책을 비교해 문장이나 문자의 오기 따위를 바로잡는 학문), 서체연구 등 총 53개 강좌 가운데 57학점 이상을 이수한다. 정기학술모임도 있어 수시로 미(未)번역 고전을 발굴하고 번역을 실습할 수 있다.

2007년까지는 국내 주요 대학에 번역인재양성과정이 전무했다. 2008년 고전번역원과 대학원 한문고전번역과정이 생기면서 체계적 인재 양성과 고급인력 수급의 토대가 마련됐다. 성균관대는 이 번역원이 공모한 정부보조금사업에 뽑혀 재학생 등록금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는 앞으로 최소 26개의 국역본이 더 나올 예정이다. 졸업 때 논문 대신 본인이 국역한 고전을 내기 때문. 조만간 이런 과정을 거친 이희경의 ‘운암집’과 서유구의 ‘금화경독기’가 출간된다.

진 교수는 “한문고전 가운데 국역작품이 25%도 안 되는데 대학원이 우수 인재를 계속 배출하면 완역을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국역과 함께 고전의 외국어 번역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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