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 무덤, 관람료 1000만원이면 훼손 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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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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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복제무덤 건설 계획에입장료 대폭인상 방안도 검토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 무덤의 내부(왼쪽 사진)와 여기서 발굴된 황금마스크. 동아일보 DB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 무덤의 내부(왼쪽 사진)와 여기서 발굴된 황금마스크. 동아일보 DB
투탕카멘 무덤을 폐쇄할 것인가, 8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값비싼 관람료로 관람객 수를 제한할 것인가.

혼란한 정국과 박물관 유물 약탈 사태로 어수선한 이집트 문화재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꼽히는 고대 이집트 소년 파라오(왕) 투탕카멘의 무덤 보존. 카이로 ‘왕들의 계곡’에 있는 투탕카멘 무덤을 보존하기 위해 대신 복제품을 만들어 공개한다는 계획은 수립했지만 실제의 무덤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투탕카멘 무덤은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의 발굴로 그 전모가 세상에 드러났다. 무덤에서는 110kg짜리 황금관(棺), 11kg짜리 황금 마스크와 같은 각종 금은보화, 3000여 년 동안 마르지 않은 향료 등 진기한 유물 2000여 점이 출토됐다. 그러나 줄곧 무덤을 공개함으로써 내부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집트 고유물최고위원회의 자히 하와스 위원장은 “투탕카멘 무덤뿐만 아니라 왕들의 계곡에 있는 무덤의 내부에 습기와 곰팡이가 침투하고 있으며 관람객의 입김과 땀으로 인해 벽화 등의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30년 사이에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밝혀왔다. 고유물최고위원회는 최근 수년 동안 통풍시스템을 새로 설치했다. 투탕카멘 무덤의 경우, 하루 평균 6000여 명이 찾았으나 현재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07년부터는 투탕카멘의 미라를 유리관에 넣어 전시하고 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고유물최고위원회는 지난해 여름, ‘복제의 계곡’이란 보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하와스 위원장은 당시 “투탕카멘 무덤을 보존하기 위해 실물을 폐쇄하고 근처에 복제 무덤을 만들어 이를 관람객에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올해 1월엔 “이르면 올해 말까지 무덤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와스 위원장은 이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덤 폐쇄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투탕카멘 무덤의 복제품을 만들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하되 원래 무덤의 폐쇄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는 내용이다. 투탕카멘 무덤 실물은 세티1세, 네페르타리 왕비의 무덤 실물과 함께 패키지로 묶어 1인당 8500달러의 관람료를 받고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람객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무덤 내부를 보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복제 무덤 건설은 정상적으로 추진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폐쇄한 세티1세 무덤과 네페르타리 왕비 무덤의 복제품, 투탕카멘 무덤의 복제품을 만드는 비용에 약 10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완공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은 관람료가 비싸지 않은 복제 무덤을 관람할 것으로 예측된다.

8500달러라는 고가 관람료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관람료 수익도 올리고 투탕카멘 무덤도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람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집트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고유물최고위원회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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