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자인 코리안 영 파워]<5>양재원 파운틴 스튜디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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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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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저렇게 신나게 그네를 탔었지.” “강아지와 한바탕 놀고 나면 청소가 끝나겠네.” 그가 디자인한 생활 소품을 보면 행복해진다. 그네를 타는 아이를 시계추로 만든 벽시계, 걸레 부분을 털북숭이 강아지 모양으로 디자인한 대걸레를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웃음꽃이 절로 피어난다.》

강아지 대걸레를 잡고 있는 양재원 디자이너는 강아지를 끈에 묶어 앞세우고 산책하는 사람을 닮았다. 털 사이를 자세히 보면 강아지
코도 있다. 일상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디자인을 발굴하는 그는 “어린 시절 만지고 보고 느낀 것이 디자인의 원천”이라고 말했다.양재원 씨 제공
강아지 대걸레를 잡고 있는 양재원 디자이너는 강아지를 끈에 묶어 앞세우고 산책하는 사람을 닮았다. 털 사이를 자세히 보면 강아지 코도 있다. 일상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디자인을 발굴하는 그는 “어린 시절 만지고 보고 느낀 것이 디자인의 원천”이라고 말했다.양재원 씨 제공
재를 종이비행기 모양으로 구부려 만든 메모꽂이도 그렇다. 날개 사이에 메모지를 꽂아두면 바깥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든 듯 지루한 사무실에 생기가 돈다. 얼핏 보면 식빵 같은 설거지용 스펀지도 있다. 양상추 양파 토마토가 식빵 사이에 끼어 있는 것처럼 포장해 얼핏 보면 샌드위치로 착각하기 쉽다. 포장지 위에 쓰인 ‘FOUNTAIN BAKERY(파운틴 빵집)’와 ‘Don't eat(식용 불가)’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즐거움을 더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파운틴’의 양재원 디자이너(37)는 디자인을 ‘추억의 재해석’으로 본다. 모든 사람은 살면서 보고 느꼈던 수만 가지 경험과 지식을 머리와 몸으로 기억하는데, 이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웃음과 재미를 주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양 디자이너는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샌드위치 스펀지’를 꼽았다. 2005년 어느 날 집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스펀지가 먹음직스러운 식빵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위로 스펀지를 빵 모양으로 오린 것이 출발이었다. 이 작품은 2009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디자인용품 전문점에서 열린 ‘서울전’에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스펀지와 식빵의 질감이 비슷한 점을 활용해 설거지용 스펀지를 식빵 모양으로 만들었다.
스펀지와 식빵의 질감이 비슷한 점을 활용해 설거지용 스펀지를 식빵 모양으로 만들었다.
일상에서 디자인 소재를 찾는 그의 눈에는 재미와 위트의 필터가 끼여 있다. 강아지 모양의 대걸레는 목줄에 묶여 주인과 산책을 하던 강아지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강아지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모습은 강아지를 앞세워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친근해 보는 사람도 직접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린 시절 책이나 영상을 통한 경험이 아닌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노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 추억과 감성이 모두 디자인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시계추가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으로 돼 있다. 어린 시절 그네를 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계추가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으로 돼 있다. 어린 시절 그네를 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양 디자이너는 대학 졸업 후 7년간 주방용품 회사와 조명회사,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일하다 2004년 파운틴 스튜디오(www.designfountain.com)를 차려 독립했다. 2007년부터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 선정됐다.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의 디자인제품 전용점에서 판매된다. 종이비행기 메모꽂이는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일본 막스인터내셔널이라는 제조회사가 디자인을 사들였고, 완성품은 일본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팔리고 있다. 샌드위치 스펀지 디자인도 프랑스 콜레트사에 팔려 상용화됐다. 그의 디자인에서 출발한 제품에는 그의 영문 이름 ‘Jaewon Yang’이 써 있다.

종이비행기 모양의 메모꽂이는 지루한 사무실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종이비행기 모양의 메모꽂이는 지루한 사무실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는 최근 신라 토기에서 영감을 얻어 막걸리병과 잔, 청주병과 잔을 디자인했고 지금은 에스프레소잔을 구상 중이다. 전통에 대한 관심으로 디자인 영역을 넓혀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요즘 그의 화두다. 호롱 모양을 하고 있지만 전구로 불을 밝히는 ‘호롱램프’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집단의 추억인 ‘전통’에서 소재를 찾으니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협력해 우리 전통을 소재로 한 디자인을 세계 시장에 꾸준히 내놓을 계획입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양재원 디자이너는… ::

△1998년 남양 키친플라워 주방용품 견습 디자이너
△1999년 조명회사 ‘국제조명’ 디자이너
△2000년 우수디자인상품전 GD마크 선정
△2002년 디자인 전문회사 ‘임팩디자인’ 디자이너
△2003년 한국산업디자인상(KAID상) 수상
△2004년 이탈리아 알레시 워크숍 참가 ‘PRE-PROCESS PRODUCT’ 선정
△2004년 파운틴 스튜디오 운영디자이너
△2009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디자인용품 전문점 ‘Destination Seoul’ 프로젝트 선정
△2009년 프랑스 파리 콜레트 상점 입점 상품으로 선정
△2009년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차세대 디자인리더 선정
△2009년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 박람회 ‘Salone Satellite’전에 전시
△201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Ambiente Talents’전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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