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양학사 학위 주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개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인문학 중흥 획기적 실험” 학계 주목

2010년 9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후마니타스 칼리
지 경희지구사회봉사단’ 출범식에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
수. 올해 3월 출범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교양 및 인문학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양
전문대학이다. 경희대 제공
2010년 9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후마니타스 칼리 지 경희지구사회봉사단’ 출범식에서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는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 수. 올해 3월 출범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교양 및 인문학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양 전문대학이다. 경희대 제공
‘후마니타스(humanitas).’ 라틴어로 인간, 인간성을 뜻한다. 2011년 3월 경희대가 인문학과 교양 강의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연다. 그동안 교양강좌 일부를 개편한 대학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학내 교양교육 체제를 전면 개편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적지 않은 인문학자들이 경희대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다.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기존 학부대학이나 교양원과 차별화되는 점은 하나의 단과대처럼 그 안에 전공을 두고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는 것. 교양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특정 학점 이상 이수 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유교양(liberal arts)학’을 기존 전공에 병행한 복수전공으로 딸 수 있다. 교양에 대해 학사학위를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좌 수를 단과대 수준으로 대폭 늘리고 그 깊이도 한층 강화했다.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에 각각 200여 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강좌당 수강 인원은 40명 이하로 제한했다. 대형 강의에 여러 주제를 뭉뚱그린 것 같은 모호한 내용이 대부분이던 기존 강좌와 달리 주제도 세분화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예전의 ‘성과 사회’에서 한발 나아가 ‘섹스란 무엇인가: 공생적 진화론의 성 이야기’를 강좌 주제로 삼았다.

수업도 읽기, 쓰기, 토론 위주로 전공 심층수업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전공제도는 한 학기의 준비 및 정착 과정을 거쳐 올해 가을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모든 재학생이 필수로 들어야 할 교양강좌도 강화했다. 전교생은 졸업을 위해 중핵교과(6학점), 배분이수교과(15학점 이상), 기초필수와 시민교육(11학점), 자유이수교과(3학점 이상) 등 총 35학점의 교양강좌를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이수해야 한다. 이 중 중핵교과와 시민교육은 전교생이 듣는 강의 내용이 동일하다. 정해진 커리큘럼과 교재에 따라 교육하는 중고등학교의 수업처럼 특정 교양강좌에 강제성을 두었다. 사회봉사시간도 학점화해 필수로 운영한다.

초대 학장으로 선출된 도정일 명예교수는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실용교육을 하지 말고 교양만 가르치자는 대학이 아니라 교양을 실용교육 수준의 전문성으로 가르치자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도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유수 종합대학들이 ‘인간다움 없는 전공학습’에 회의를 느끼고 교양강좌를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전문성과 교양을 두루 갖춘 ‘르네상스적 인재’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는 400여 개의 강좌와 전공제 운영 등을 관할할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장을 부총장과 같은 급으로 두고 그 아래 서울캠퍼스 학장과 국제캠퍼스 학장을 둬 양 캠퍼스 수업 운영에 통일성을 기할 계획이다.

인문학 연구자들도 경희대의 실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대학 내 교양교육이 시들해진 데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과목 비중을 축소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고등교육 내에서 인문학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 한 인문학 연구자는 “의미 있는 시도이며 인문학과 교양교육 입지 확대라는 설립 취지가 그대로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하드웨어의 변화에 비해 소프트웨어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별개 대학을 만들고 교양을 전공화한 점은 새롭지만 강좌 내용과 학생들의 호응으로 그 질을 보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