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설 연휴기간 개막 화제의 두 뮤지컬

  • Array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설 연휴 기간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해외 스태프와 배우를 동원해 제작된 대형 창작뮤지컬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를 모티브로 제작된 ‘천국의 눈물’, 롤랑 조페 감독 영화의 뮤지컬 판권을 얻어 국내 투자사와 이탈리아 제작진이 손잡고 만든 ‘미션’이다. 아무래도 초연무대라 완성도에선 아쉬움이 남는 두 뮤지컬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천국의 눈물’ … 설익은 이야기 끌고가는 음악
음악★★★★ 가창★★★☆ 무대★★★☆ 대본★★★

시아준수로 알려진 김준수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병사 준으로 출연한 뮤지컬 ‘천국의 눈물’.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필생의 사랑을 잃은 사내의 내면적 고통에 좀 더 초점을 맞추지 못한 스토리의 허점이 아쉬웠다. 사진 제공 설앤컴퍼니
시아준수로 알려진 김준수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병사 준으로 출연한 뮤지컬 ‘천국의 눈물’. 음악적 완성도에 비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필생의 사랑을 잃은 사내의 내면적 고통에 좀 더 초점을 맞추지 못한 스토리의 허점이 아쉬웠다. 사진 제공 설앤컴퍼니
만일 당신이 뮤지컬은 이야기가 곁들여진 음악이라고 믿는다면 ‘천국의 눈물’이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이 음악이 흐르는 이야기라고 믿는다면 ‘천국의 눈물’은 진부하게 느껴질 것이다.

만일 당신이 동방신기의 팬이라면 ‘천국의 눈물’은 가슴 설레는 선물로 다가설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팬이라면 ‘미스 사이공’의 아류에 머물고만 것에 입술을 깨물 것이다.

브로드웨이 무대를 겨냥해 3년여의 제작기간과 1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그렇게 농익은 음악과 설익은 이야기가 섞여 달콤시큼한 풋사과의 맛을 풍겼다. 달콤함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과 로빈 러너의 매력적인 가사에서 발효됐다. 시큼함은 익숙한 이야기를 답습한 피비 황의 극본과 주조역의 무게중심 상실에서 빚어졌다.

이야기는 베트남전쟁 막바지 사이공을 무대로 ‘클럽 펄’에서 노래하는 린(윤공주)과 미군 대령 그레이슨(브래드 리틀), 한국군 병사 준(김준수)의 삼각관계가 축이다.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가겠다는 그레이슨의 청혼을 받아들인 린은 뒤늦게 준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를 눈치 챈 그레이슨은 곧 귀국할 준을 사지로 몰아넣는 명령을 내린다.

동서양 공통의 신화가 베트남전에 멋들어지게 투사되는 듯했다. 권력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취하기 위해 그 정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이야기는 백제의 도미부인 설화와 구약성경의 밧세바 설화에서 동시에 발견되지 않던가.

하지만 뮤지컬은 중반 이후 갈피를 잃었다. 준과 린의 사랑은 점차 배경으로 밀려나고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이 미국행 헬기를 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일담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도미부인 설화가 사라지고 아시아계 미국 모녀의 애증을 다룬 영화 ‘조이 럭 클럽’이 그 자리를 차지한 형국이랄까. 이 작품이 ‘운명을 넘어선 한 남자의 위대한 사랑’을 표방했다는 점에서도 이는 패착이다.

김준수(시아준수)는 호소력 있는 가창력을 보였지만 노역을 연기할 때의 앳된 발성과 뻣뻣한 연기는 아쉬웠다. 반면 브래드 리틀은 힘차고 정교한 가창과 의표를 찌르는 연기로 관객을 압도했다. 린과 그 딸 티아나로 1인 2역을 소화한 윤공주의 노래와 연기는 안정적이었지만 그럴수록 ‘미스 사이공’의 음영이 짙게 느껴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준 역으로 정상윤 전동석이, 린 역으로 이해리가 번갈아 출연한다. 3만∼13만 원. 3월 19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01-7888

‘미션’ … 어설픈 무대 떠받치는 가창력
가창★★★☆ 연기★★★ 무대★★★ 춤★★☆


뮤지컬 ‘미션’은 무대 세트 제작에 공을 들였지만 동명의 원작 영화가 보여준 남미의 대자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진다. 밋밋한 극 전개와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안무 등 완성도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 제공 상상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미션’은 무대 세트 제작에 공을 들였지만 동명의 원작 영화가 보여준 남미의 대자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느껴진다. 밋밋한 극 전개와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안무 등 완성도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 제공 상상뮤지컬컴퍼니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미션’은 동명의 원작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에겐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1986년 호암아트홀에서 개봉된 영화는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남미의 거대한 대자연,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든 아름다운 선율, 로버트 드니로, 제러미 아이언스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영화 관람을 예술 체험으로 한 차원 높였다.

이로 인해 뮤지컬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때문일까. 극 초반 이구아수 폭포를 형상화한 7m 높이의 대형 세트가 등장할 때 관객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상대적으로 더 컸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보이려 해도 결국 인공구조물이라는 느낌이 확연하기 때문. 하지만 그 덕분에 ‘뮤지컬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현실 인식이 뒤따르고 나머지 공연을 그런대로 즐길 수 있게 하는 역할도 했다.

뮤지컬 미션은 다국적 문화상품으로 기획됐다. 기획과 투자는 국내 뮤지컬 제작사(상상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은 이탈리아의 뮤지컬 제작사가 맡았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 대사는 영어로 한다.

때는 1758년 가브리엘 신부는 남미의 거대한 폭포 부근에 사는 과라니 원주민들을 음악으로 감화시킨 덕분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마을에서 선교활동을 편다. 노예상 로드리고는 약혼녀 카를로타와 사랑에 빠진 동생 펠리페를 홧김에 살해한 뒤 죄책감으로 폐인처럼 지낸다. 그는 가브리엘 신부의 설득에 과라니 원주민 마을에서 함께 생활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토 분쟁에 휘말려 위험에 처한 원주민들을 위해 앞장선다.

뮤지컬은 영화와 달리 카를로타를 극 전체를 끌고 가는 화자이자 과라니족의 수호자로 설정해 비중을 키웠다. 반면 비폭력을 주장하는 가브리엘과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자는 로드리고의 갈등은 부각되지 않는다. 그 결과 영화에 비해 극적 긴장감이 떨어졌다. 모리코네의 아들 안드레아가 추가 작곡한 음악도 서정적 멜로디 중심이라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종교 성악극에 가깝게 느껴졌다.

극 자체의 완성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세트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무대 위를 배회하는 느낌이 들었고 인물들의 동선도 자꾸만 엉켰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과라니족의 군무는 민망할 정도였다. 단, 고음역의 멜로디를 부드럽게 소화해낸 이탈리아 배우들의 가창력은 수준급이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6만∼20만 원. 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688-972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