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꿈나무 찾아온 ‘특별한 멘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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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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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곳에 더 많은 감동을 전할 ‘함께해요! 나눔예술-Happy Tomorrow’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이웃을 찾아간다. 다음 달 대장정의 막을 올릴 나눔예술의 어린 가족들이 특별한 손님을 만났다. 바로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교육자들과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 출연한 배우들이다. 한껏 꿈을 품은 나눔예술의 가족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신문박물관을 두루 관람할 수 있는 선물도 한 아름 안았다.》
미국 엘 시스테마 처칠 총감독이 꿈나무오케스트라 어린이의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그는 즐겁게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화합을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국 엘 시스테마 처칠 총감독이 꿈나무오케스트라 어린이의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그는 즐겁게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화합을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엘 시스테마’ 선생님들과 함께

희망을 되찾아준 첼로 선율

“따 다다 다다다다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층 연습실 밖으로 꿈나무하모니오케스트라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악기 연주는 노래하는 것과 같아요.” 미국 엘 시스테마 총감독 마크 처칠 씨는 아이들에게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따라 부르게 했다.

“잘했어요. 사랑의 노래를 하듯 연주해 볼까요.” 외국인 선생님의 칭찬에 삐걱거리던 아이들의 연주는 차츰 하나로 모아졌다.

꿈나무오케스트라가 창단된 것은 지난해 9월.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단원들은 매주 수요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음악교육을 받는다.

콘트라베이스를 배우는 중학생 김민우 군(몽골명 빌궁·15)은 일곱 살 때 부모와 함께 한국에 왔다. 김 군은 부모가 지방을 돌며 일해야 하는 처지라 외국인으로 사는 어려움에 외로움까지 겪고 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담임교사의 권유로 연주를 배우면서 활기를 찾았다. 김 군의 꿈은 연주하는 외교관.

당초 단원모집은 쉽지 않았다. “한 공부방의 목사님은 아이들에게 두 번 상처주지 말라더군요. 이벤트로 아이들을 데려가 놓고는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우려에서였죠.”(김은정·꿈나무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하지만 무대에서 연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은 감격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김병현 군의 할머니는 3년간 부은 적금을 깨 손자에게 이름도 낯선 오보에를 사줄 정도였다.

아이들은 연주를 통해 나눔도 배운다. “단원이 된 아이들은 공부방을 대표하는 거예요. 그래서 늘 공부방 동생들에게 배운 것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한답니다.”(장명임·마을속작은학교 교사)
베니스의 상인 출연 배우들과 서울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베니스의 상인 출연 배우들과 서울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서울시극단 배우들과의 만남

꿈을 북돋워준 ‘객석나눔’

‘와!’ 배우들이 객석으로 성큼 다가서자 아이들은 움찔하면서도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20일 오후 연극 ‘베니스의 상인’이 막을 내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알로이시오초등학교 연극반과 서울 6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100명이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연습은 얼마나 하나요?” 공연시간에다 150을 곱한 시간이란 배우의 말에 아이들은 놀라워했다.

이어진 한 여자 어린이의 질문. “칼집은 큰데 칼은 왜 그렇게 작아요?” “웃음을 주려고 그런 거예요.”

모로코 왕자 역의 고한민 씨가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소품인 작은 칼을 빼어 들며 답하자 객석에선 ‘까르르’ 웃음이 퍼졌다. 이날 만남은 새해 나눔예술 주제 중 하나인 객석나눔의 실천이자 아이들의 꿈을 북돋우는 자리였다.

이어 아이들이 향한 곳은 세종문화회관 4층 서울시극단 연습실. 평소 접하기 힘든 곳이라 아이들은 배우들의 땀이 밴 연습실 곳곳을 눈에 담기 바빴다. “실제 배우들을 만나고 연습하는 곳도 보니까 연극을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박인실·알로이시오초교 5학년)

연극을 통해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만든다. “상담이 필요할 만큼 소극적이던 한 아이는 연극을 하면서 자기표현을 하게 됐어요. 이번에 배우들과 만나 더욱 환해졌답니다.”(장명주·알로이시오초교 교사)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자들도 이날 만남이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추억이 되길 바랐다. “아이들이 연극을 처음 접했는데, 궁금해한 것도 많았고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도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 아이들이 예술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배우의 세계를 알려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한미정·두레꿈터)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서울 옥수동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티브싱어즈.
서울 옥수동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티브싱어즈.
■ 男 8인조 중창단 모티브싱어즈

나눔공연 준비 ‘겨울땀’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해 겨울바다 끝난 곳에서∼’(가곡 ‘동백섬’)

20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전철역 인근 빌딩 지하 연습실. 지난해 12월 13일 나눔예술 피날레 공연을 장식했던 남성 8인조 중창단 모티브싱어즈는 창단 7년 만에 처음 펼칠 3월 기획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독자 공연인 만큼 고전에서 최신 가곡까지 대중적인 레퍼토리에다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 프로그램으로 짜려 합니다.”(김흥언·45) 모티브싱어즈 음악감독이기도 한 김 씨는 뜻을 같이한 선후배가 모인 팀답게 한마음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음악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모티브싱어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나눔무대에 오를 몇 안 되는 외부예술단체 중 하나다. 대표이자 테너인 박은용 씨(46)는 나눔예술에 좀 더 치중하면서 자체 나눔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와 음악으로 나눔무대에 설 것이고요. 다음 달 재일동포 무대를 필두로 ‘해외 나눔공연’을 펼칠 겁니다.”

피아노 반주자인 홍일점 장미화 씨(29)는 무대 구석에서 연주하기 때문에 돋보이진 않지만 팀을 이끈다는 자세로 공연에 임한단다. “관객은 그 무대가 어떻든 다 소중해요. 시각장애 친구들을 위한 공연을 했는데, 마치 앞이 보이는 것처럼 호응해줘 감동받았어요.”

친근한 클래식음악의 전달자를 자임하는 모티브싱어즈는 올해도 나눔객석에 신선함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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