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통해 하나님과 더 가까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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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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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분야의 석학인 미국 유니언신학대 폴 니터 교수가 5일 서울 신정동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열린 종교 간 대화에서 토론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니터 교수, 불교신문 사장이자 안국선원장인 수불 스님, 국제선센터
선원장인 효담 스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종교 분야의 석학인 미국 유니언신학대 폴 니터 교수가 5일 서울 신정동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열린 종교 간 대화에서 토론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니터 교수, 불교신문 사장이자 안국선원장인 수불 스님, 국제선센터 선원장인 효담 스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가톨릭 사제 출신 세계적 종교학자 폴 니터 교수, 조계종 토론회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 불교의 공(空) 이론 같은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것을 느꼈다.”

5일 오후 서울 신정동 조계종 국제선센터에서 열린 종교 간 대화 ‘가슴을 열어 빛을 보다’에 참석한 종교 분야의 세계적 석학 폴 니터 미국 유니언신학대 교수(71)의 말이다. 그는 가톨릭 사제에서 환속한 비교종교학자로 2009년 저서 ‘부처님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대화에는 불교와 개신교계의 대표적인 성직자와 신학자 8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화두를 트는 참선 수행인 간화선(看話禪)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수불 스님, 미국 하버드대에서 종교를 연구한 미산 스님, 국제선센터 선원장 효담 스님,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이정배 감신대 교수, 35년간 한신대에서 신학을 가르친 김경재 목사, 정현경 유니언신학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 행사는 4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가운데 최근 종교 간 갈등의 원인과 해법, 예수와 부처에 대한 이해 등을 주제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니터 교수는 종교 간 갈등에 대해 “그리스도교 신자이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종교의 이름으로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라는 폭력이 벌어졌다”며 “이는 자신의 종교만 진실하고 우월하다는 자만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개신교 신자 대부분이 불교를 싫어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이는 불교식으로 말하면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중 어리석음, 무지 때문인데 불교도가 계몽시켜야 할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교 영문 표기 ‘부디즘(Buddhism)’에는 이즘이란 의미가 들어 있는 반면 기독교를 ‘크리스차니즘’이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종교에서도 전통적 문화와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두 종교의 차이 속에서도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니터 교수는 “두 종교의 가르침에는 큰 차이점이 있지만 각 종교의 진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며 “참선 수행을 비롯한 불교를 접하면서 새로운 종교관에 눈을 뜨고 있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살 예수’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 길 명예교수는 예수와 부처는 ‘천하의 자유인’이라는 것을 공통점으로 꼽았다.

“예수나 부처는 당시 관습과 권위, 전통에서 자유로웠는데, 이는 사실상 죽음을 의미했다. 이들은 사즉생(死則生), 죽음을 통해 살았고, 무한한 자유를 바탕으로 헌신과 사랑, 자비의 길로 나아갔다. 불교의 공(空)과 기독교의 사랑은 둘이 아니라고 본다.”

미산 스님은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때 어느 교회 창문에 ‘하나님은 너의 마음에 있다’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불교적 해석이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최근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과 만났을 때 ‘Who was I?’란 화두를 받았다”며 “이 화두를 통해 깨닫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불 스님은 “부처와 하나님의 가르침을 오늘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 정 교수는 “사랑과 자비라는 골든 룰(Golden Rule)만 지켜도 평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선에 관심이 많다는 노라 루시노바 씨(42·스웨덴)는 이 대화를 지켜본 뒤 “한국 사회에서 종교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이 토론회를 통해 한국 사회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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