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새별 새꿈]<1>국악그룹 숨

  • Array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영성 깃든 창작 국악 세계인 마음에 꽂힐 것“

《2011년 도드라진 활약이 기대되는 젊은 예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들은 지난해 신인상을 받거나 기대주로 손꼽힌 바 있습니다. 이들의 새해 활동 계획과 꿈을 전하면서 문화 지형의 변화도 함께 살펴봅니다.》

박지하(피리 생황·왼쪽) 서정민 씨(가야금)로 구성된 ‘숨’은 사진 찍을 때 웃음 짓지 않는다. 표면적인 아름다움보다 개성을 추구하는 자세는 그들의 음악에서도 우러난다. 사진 나승열 씨
박지하(피리 생황·왼쪽) 서정민 씨(가야금)로 구성된 ‘숨’은 사진 찍을 때 웃음 짓지 않는다. 표면적인 아름다움보다 개성을 추구하는 자세는 그들의 음악에서도 우러난다. 사진 나승열 씨
정민(가야금) 박지하 씨(피리 생황)로 구성된 한국음악 듀오 ‘숨[su:m]’은 새해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맞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전통예술 해외 기관협력 레지던시’ 수혜자로 선정돼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일정으로 머무르고 있다.

“따뜻하냐고요? 여기도 추워요!” 스물일곱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새해 첫날 통화에서 그래도 흥분되고 설레는 새해맞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국립 타이베이예술대에서 피리와 가야금에 대해 강의와 워크숍을 펼쳤고 12월 10일과 21일엔 국립 대만대와 타이베이예술대 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대부분 중국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전공자들이었던 청중은 “중국 음악에서는 찾기 힘든 여백의 아름다움에 끌렸다” “대만에서는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도 실험성을 가미한 음악을 찾기 힘든데,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7년 결성한 ‘숨’은 지난해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자신들의 창작곡만으로 두 차례 콘서트를 열면서 창작국악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떠올랐다. 대중성을 가미한 퓨전 국악이 아니다. 두세 개의 악기만으로 맑고 투명한 음향을 지어내는 이들의 음악에서는 오히려 비구상 회화가 걸린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실험성이 돋보인다. 가야금과 생황으로 연주하는 ‘play·logic’은 국악이라기보다 오히려 필립 글래스나 마이클 나이먼의 미니멀리즘(극소주의) 현대음악을 연상시킨다. 생황에 25현 가야금이 어울리는 ‘아까시나무’는 환경 파괴로 인한 꿀벌 감소를 주제로 한 작품이지만 사회 고발적 메시지에 앞서 뉴에이지 음악을 연상시키는 명상적 선율이 마음을 파고든다.

“국악을 통해 ‘민족’을 강조하겠다거나, 실험성을 부각하겠다거나,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겠다거나, 그런 것들은 의식하지 않아요.”(서정민) “저희가 성장한 음악과 삶의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을 작품으로 만들면 솔직하면서도 좋은 음악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박지하)

이렇게 입을 모으는 두 사람의 음악관은 처음 ‘숨’을 만들 때부터 일관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04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2007년 원일 교수의 ‘바람곶’ 작업에 참여한 뒤 ‘전통을 배경으로 하되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곡을 만드는’ 이들의 작업 방식에 매료됐고 “우리 두 사람만 창작곡으로 활동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간결하면서도 이름처럼 ‘숨’ 쉴 공간이 가득한 이들의 음악에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예술의전당 공연 외에 서울문화재단 ‘문래 맵 프로젝트’ 작가로 선정돼 서울시 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데 이어 11월 영국 리버풀 세인트조지홀에서 공연을 펼쳤다.

현경채 음악평론가는 앞으로 ‘숨’의 음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영성(靈性·Spirituality)’을 들었다. “오늘날 서구인들은 명상과 영성에 깊이 빠져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통음악도 빠른 음악이 위주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동양의 영적 음악을 찾으려고 한다면 한국 음악이 나와야 하고, 창작곡으로는 ‘숨’의 연주곡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걸로 봅니다.”

‘숨’의 신년 계획도 국내 못지않게 세계 진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해외기관 협력 레지던시로 얻은 지식과 인맥을 활용해 대만에서 인지도를 넓히면 중국 본토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셈이고, ‘아시아를 알면 세계가 두려울 것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서정민 씨는 “대만인들도 처음에는 지루하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렇지만 차츰 저희 음악을 접하면서 가야금이 전하는 음정의 미묘한 변화와 사색의 아름다움에 반해가더군요”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올해는 영상미디어아트나 무용 사진 등 다른 장르의 예인들과 함께 작업을 많이 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가진 느낌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힘을 많이 쏟았고 인정도 받았지만, 무대의 완성도에는 늘 불만이었어요. 저희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세계 어디서든 무대를 열어주겠죠?”(박지하)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