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동아연극상]‘칼로 막베스’ ‘1동 28번지 차숙이네’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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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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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상에 서주희-길해연 씨, 고선웅 씨, 작품-연출상 2관왕

제47회 동아연극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상 수상작을 내지 못한 가운데 극공작소 마방진의 ‘칼로 막베스’와 극단 놀땅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 두 작품에 작품상이 돌아갔다. 상금은 각각 1000만 원. ‘칼로 막베스’는 연출상(고선웅)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올해는 예심에 오른 작품이 35편으로 예년보다 풍성했던 데 비해 특정 작품에 상이 몰리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관왕은 ‘칼로 막베스’가 유일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들은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아져 부문별로 눈에 띄는 작품은 많았던 반면 종합적 완성도 측면에서 압도적인 작품은 보이지 않았다”며 연극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3일만 공연한 ‘칼로 막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미래의 감옥으로 옮겨놓고 액션 드라마로 풀어낸 작품. 원작의 내용은 그대로 살리면서 배우들의 잘 훈련된 신체 움직임과 한국어처럼 귀에 착착 감기는 대사로 원작이 지닌 폭력에 대한 비판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속사포 같은 말과 경쾌한 몸놀림을 중시하는 고선웅 작업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원작을 자기 식으로 해체해 시류에 안 맞는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면서도 밀도 높은 에너지와 리듬을 끌어냈다”며 이 작품에 만장일치로 작품상을 안겼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미래 감옥을 배경으로 한 액션 드라마로 풀어낸 ‘칼로 막베스’(왼쪽)와 무대 위에 집을 지어가면서 집에 얽힌 인문학적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 ‘1동 28번지 차숙이네’. 사진 제공 극공작소 마방진·극단 놀땅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미래 감옥을 배경으로 한 액션 드라마로 풀어낸 ‘칼로 막베스’(왼쪽)와 무대 위에 집을 지어가면서 집에 얽힌 인문학적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 ‘1동 28번지 차숙이네’. 사진 제공 극공작소 마방진·극단 놀땅

반면 ‘1동 28번지 차숙이네’(최진아 작·연출)는 심사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독특한 작품이고 나름대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였지만 연출상, 희곡상, 새개념연극상 중 어느 상을 주어야 할지를 놓고 심사위원별로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실제 무대 위에 집을 지어가면서 벌어지는 대소사를 토대로 집에 얽힌 인문학적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 나갔다. 올해 희곡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이 작품과 ‘루시드 드림’(차근호 작)으로 표가 분산된 가운데 ‘뚜렷한 작품이 없으면 선정작을 내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연기상은 남자배우 없이 두 명의 여배우에게 돌아갔다. ‘대학살의 신’의 서주희 씨와 ‘사랑이 온다’의 길해연 씨다. 서 씨는 아이들의 싸움에 따라 우아한 중산층 가정주부의 교양을 벗어던지고 감정의 밑바닥까지 들춰내는 아네뜨 역을 하면서 실감나는 구토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길 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짐승으로 변해 돌아온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는 ‘매 맞는 아내’를 절제된 내면 연기로 그려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3층 회의실에서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이병훈(연출가) 최치림(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김중효(무대미술가·계명대 교수) 이진아(평론가·숙명여대 교수) 김방옥(평론가·동국대 교수) 김윤철(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복근 씨(극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3층 회의실에서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이병훈(연출가) 최치림(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 김중효(무대미술가·계명대 교수) 이진아(평론가·숙명여대 교수) 김방옥(평론가·동국대 교수) 김윤철(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정복근 씨(극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무대미술·기술상은 ‘소설가 구보 씨의 1일’에서 무대디자인과 미술감독을 맡은 여신동 씨에게 돌아갔다. 1930년대 경성(서울)의 세태를 묘사한 박태원 원작 소설의 평면적 내러티브를 다양한 무대 효과를 통해 입체화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새개념연극상은 실험극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를 연출한 이경성 씨에게 돌아갔다. 배우들이 소파를 들고 청계천과 광화문 일원을 이동하며 연극적 상황과 일상적 상황을 묘하게 뒤섞은 이 작품은 엽기적 분장을 한 여배우를 일반인으로 착각한 누리꾼이 올린 ‘광화문 괴물녀’라는 제목의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잠 못 드는 밤은 없다’에서 일본인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의 슬픔을 실감나게 연기한 박완규 씨와 1930, 40년대 한국 연극계의 풍경을 그린 ‘경성스타’에서 시골에서 상경한 뒤 여배우로 성장해가는 다재다능한 소녀 역을 연기한 배보람 씨가 수상하게 됐다. 신인연출상은 ‘기묘여행’에서 딸의 살해범을 면회하러 가는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연출가 류주연 씨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3일 별세한 연출가 이원경 예술원 회원에게 돌아갔다. 연기자 화술교육과 국내 소극장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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