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59>夏諺曰吾王이 不遊면 吾何以休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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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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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이어,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晏子(안자)의 말을 맹자가 계속 인용한다. 맹자는 齊나라 宣王(선왕)에게, 군주는 온 천하의 사람과 함께 근심하고 또 온 천하의 사람과 함께 즐거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晏子(안자)가 제나라 景公의 遊觀(유관)과 관련하여 조언했던 말을 거론했다.

안자는 천자는 巡狩(순수)를 하기 위해 유관을 하고 제후는 述職(술직)을 하기 위해 유관을 하므로 그 모두가 政事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천자와 제후는 봄에 경작 상태를 살펴서 부족한 농구를 보충해주고 가을에 수확 상태를 살펴서 일손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이어서 안자는 夏諺(하언) 즉 하나라 속담을 인용하여, 왕의 유람과 즐김이 모두 제후들의 모범이자 법도가 되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자와 달리, ‘吾王不遊, 吾何以休. 吾王不豫, 吾何以助’까지를 속담이라고 보는 설을 따랐다. 한문의 속담은 대개 운자를 사용하는데, 여기서도 遊와 休, 豫와 助가 압운을 하고 있다. 吾는 백성들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豫는 遊觀하여 즐김이다. 吾何以助는 우리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니, 助는 수동의 의미를 지닌다. 한문에서는 문맥에 따라 수동과 능동을 구별하는 예가 많다. ‘一遊一豫, 爲諸侯度’는 왕이 한 번 유관하고 한 번 즐김이 제후들의 법도이자 모범이 된다는 말이다.

앞서는 왕의 유관인 巡狩와 제후의 유관인 述職을 모두 政事라고 보았으니, 하나라 속담의 ‘우리 왕이 유람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쉬겠는가’라는 뜻은 앞서의 관점과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요컨대 하나라의 전성기에는 군주의 즐거움을 백성들도 모두 즐거워하여 그러한 속담이 유행하기까지 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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