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소재의 진화…틀 깬 상상력…“변화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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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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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동아 신춘문예 응모작 2505편 살펴보니

《“한국 문학의 활발한 변화의 열기가 느껴지는 현장입니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응모자는 지난해보다 227명 늘어난 2505명이다. 분야별로 응모 편수는 중편소설 308편, 단편소설 674편, 시 5012편, 시조 490편, 희곡 113편, 동화 341편, 시나리오 95편, 문학평론 11편, 영화평론 66편이었다. 문학평론과 시나리오 분야를 제외하고는 각 분야의 응모작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예심에는 시인 박형준 이원 씨(시 부문), 소설가 한강 씨와 평론가 손정수 씨(중편소설 부문), 소설가 박성원 윤성희 씨와 평론가 김형중 강유정 씨(단편소설 부문), 정윤수 영화감독과 조철현 타이거픽쳐스 대표(시나리오 부문)가 참여했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소재가 다양해 지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형준 이원 윤성희 손정수 박성원 한강 조철현 강유정 정윤수 김형중씨(왼쪽부터 시계 방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소재가 다양해 지고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형준 이원 윤성희 손정수 박성원 한강 조철현 강유정 정윤수 김형중씨(왼쪽부터 시계 방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소설 부문에선 “소재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돋보인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동물 네일 아티스트, DSLR카메라 데커레이터 같은 이색적인 직업이 소설에 등장했다. 소설가 박성원 씨는 “예전에는 ‘가족’과 ‘성장’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의 경우 신선한 소재를 끌어오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평론가 손정수 씨는 “중편의 경우 전통적 서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나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물, 심청전 패러디 같은 개성적인 이야기 틀이 나왔다는 것이다. 소설가 한강 씨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집중돼 다른 장르보다는 응모자 연령층이 높은 편이지만 글쓰기는 예년에 비해 젊어졌다”고 밝혔다. 해외 응모작의 경우 크로아티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등 지역적으로 폭이 넓어진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탈북 경험을 소설화해 탈북자로 추정되는 응모작도 있었다.

소설과 시나리오의 경우 작품의 내용이 대개 어둡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었다. 단편소설 심사를 맡은 평론가 강유정 씨는 “잉여, 실직, 생활의 어려움 등을 우울하게 토로하는 ‘88만 원 세대’의 자기고백적 글쓰기가 많았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조철현 대표도 “유괴, 아동살해 같은 잔인한 얘기, 변두리의 ‘루저’ 같은 음울한 소재를 다룬 시나리오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 부문은 고교생의 투고작이 적지 않았다. 16세에서 20세 사이의 응모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 문장 훈련을 거친 듯한 작품을 응모한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이원 시인은 “상투적인 작품이 많긴 하지만 응모자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시 응모작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해 박형준 시인은 “실험시를 주도했던 ‘미래파’가 주춤하면서 응모작들도 서정시의 어법 안에서 안정감 있게 시를 풀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 실험성보다는 안정감에 기댄다는 것을 지적했다. “연평도 사건 같은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의 경우 실제 체험보다는 인터넷 댓글을 확대한 데 머물렀고, 이색적인 내용이라 해도 소재만 신기한 것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소설가 윤성희 씨), “현재 한국 문단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선 작품을 쓰기보다는 골방에서 폐쇄적으로 쓴 작품들을 만날 때 아쉬웠다”(평론가 김형중 씨), “소재뿐 아니라 시각의 참신함이 심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데 ‘겉늙은이’ 같은 작품은 가장 먼저 내쳐진다”(정윤수 감독) 등의 지적이 나왔다.

이날 예심 결과 중편소설 8편, 단편소설 13편, 시 14명, 시나리오 17편이 본심에 올라갔다. 시조 희곡 동화 문학평론 영화평론 부문은 예심 없이 본심에 들어간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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