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42>此는 無他라 與民同樂也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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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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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왕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다면 백성은 왕이 연주하는 음악소리를 듣고 흔연해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게 되리라고 말하고, 또 왕이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다면 백성은 왕이 사냥하는 광경을 보고 흔연해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게 되리라고 말했다.

이것은 왕이 성대한 연주회를 벌이고 사냥을 행할 때 백성이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들의 困窮(곤궁)이 極限(극한)에 이르렀다고 원망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이 흔연해하여 기뻐하는 기색을 띠는 이유는 왕이 백성을 우선 救恤(구휼)하여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此無他는 ‘이것은 다름이 아니다’로, 곧 ‘이것은 다른 까닭이 있지 않습니다’라는 뜻이다. 與民同樂也는 앞서 不與民同樂也라고 말한 것과 반대이다. 앞서는 與民同樂의 전체를 부정하기 위해 不을 맨 앞에 두었다.

세종 때 만든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 125장 중에서 첫 장 이하 4장까지와 마지막 125장만을 가사로 하여 노래하는 것을 ‘與民樂(여민락)’이라고 한다. 與民樂은 곧 與民同樂의 줄임말이다. ‘용비어천가’는 이성계가 선조의 업적을 이어 조선을 건국하게 되기까지의 사실을 노래한 서사시이다. 조선 조정은 명나라와의 알력을 이기고 자존의식을 고양하면서, 수차례에 걸친 정변과 정난의 응어리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에 ‘용비어천가’의 편찬자들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서, 과거사를 정리하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한 세 층위의 가치정향을 종합했다. 특히 정치권력의 발동 근거를 민본주의에 두어 그 사실을 곳곳에서 강조했다. ‘與民樂’의 곡을 주요 행사 때 연주한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與民同樂은 참으로 숭고한 정치이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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