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의학의 이색 만남, 인간愛로 通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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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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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학학회 2일 발족
■ 문학의학학회 2일 발족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날 때 산부인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살면서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드나들고 죽을 때도 병원에서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 태어나고 죽기까지의 삶에 대한 성찰, 상처에 대한 토로와 치유는 문학의 주제이기도 하다.

2일 창립하는 문학의학학회는 문학과 의학의 겹쳐짐에 주목한다. 문학과 의학은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이렇게 ‘통한다’는 것이다.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 창립준비위원장은 “문학은 인간에 대한 가장 심오한 이해의 표현이며 문학과 의학의 만남은 현대의학의 과학중심주의를 인간중심주의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의사들이 질병에만 관심을 갖고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의학도들이 윤리 의식을 갖추는 문제가 중요한데 문학을 통한 교육이 이 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 참가자는 문인과 의료인이 고루 섞였다. 의학계에서는 한광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손명세 연세대 보건의료원장, 이순형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등이, 문단에서는 소설가 김향숙 성석제 김형경 씨, 시인 김형영 씨, 평론가 유종호 정과리 이병훈 씨 등이 참여한다. 수필가이자 한국의학학회 회장인 맹광호 씨, 시인이자 의사로 활동하는 나해철 송재학 서홍관 씨도 회원이다.

서홍관 씨는 “의사가 환자를 만난다는 것은 환자를 이해한다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문학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닮았다”고 말한다. “가령 환자를 3분 진료할 경우와 30분 진료할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3분이라면 거의 약만 받아가는 정도겠지만 30분이라면 서로 적잖은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지요. 후자의 경우 치료 효과가 커집니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이해도도 높아지고, 환자 자신도 질병관리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세 권의 시집을 상재한 서 씨는 “모든 예술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관심에서 출발하며 그것은 의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학의 입장에서도 의학과의 통섭은 의미있다. 평론가 이병훈 씨는 “문학 연구는 고전적으로 문학 내적인 문제의식이나 방법론만으로 접근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인접 학문과의 연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성과를 내려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들어 광기, 우울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는 문학작품이 많은데 이 부분을 설명하고 연구하는 학문이 정신병리학이라는 것이다.

문학의학학회는 2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창립대회 및 제1차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문학·소통·의학’을 주제로 한국문학 영문학 러시아문학에 나타난 의사와 환자의 소통 문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한다. 마 위원장은 “문학을 통한 의학교육의 보급, 문학과 의학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와 강연회 개최, 학회지 ‘문학과 의학’ 발행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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