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유물 연구, 한글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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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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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둔황프로젝트 국내 사이트 개설

중국 신장문물고고연 구소가 소장한 ‘괴수가 호랑이를 물고 있는 금장식’. 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에 제작한 허리띠 장식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중국 신장문물고고연 구소가 소장한 ‘괴수가 호랑이를 물고 있는 금장식’. 기원전 2세기∼기원전 1세기에 제작한 허리띠 장식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2000여 년 전부터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 및 문화가 상호작용 속에서 전개돼 왔음을 일깨워주는 중국 둔황(敦煌) 유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김흥규)은 2일 국제둔황프로젝트(IDP) 서울센터 출범식을 갖고 둔황을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 및 중앙아시아 유물과 문헌에 관한 기초 자료를 웹 사이트(idp.korea.ac.kr)에서 한글로 제공한다.

국제둔황프로젝트는 중국 둔황과 실크로드 출토 유물을 인터넷상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로 제공함으로써 교육과 연구활동을 촉진하는 프로젝트. 1994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시작해 베이징 둔황 상트페테르부르크 교토 베를린 파리 등에 센터를 두고 있다. 이번에 세계 일곱 번째 센터가 한국에 설립되는 것이다.

IDP 서울센터는 한국어 사이트에서 IDP가 이미 웹상에 보유하고 있는 둔황 및 중앙아시아 관련 그림과 공예품, 직물, 문헌, 지도 등 28만3000여 점의 이미지를 제공한다. 분류된 목록을 따라 찾을 수도 있으며 검색해 찾는 것도 가능하다.

둔황 연구와 관련한 최신 연구목록도 제공하며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코너도 별도로 마련했다. 센터 안에 둔황 관련 연구서적을 갖춘 자료실을 만들어 열람이 가능토록 했다.

둔황학으로 불리는 둔황에 대한 연구는 1906년 영국의 고고학자 오렐 스타인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폴 펠리오,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등이 둔황석굴에서 발굴한 문서를 소개하면서 문이 열렸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박물관이 소장한 7세기 ‘낙타몰이 나무인형’. 의상과 생김새에 동서 문명 교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박물관이 소장한 7세기 ‘낙타몰이 나무인형’. 의상과 생김새에 동서 문명 교류의 흔적이 남아 있다.

둔황학은 둔황석굴의 벽화와 불상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사를 비롯해 둔황에서 발굴한 문헌을 중심으로 한 역사 종교 지리 언어 문헌 문학 민속 등 여러 분야를 포괄한다. 둔황과 실크로드 및 중앙아시아에서 수많은 유물이 발굴됐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의 박물관에 흩어져 있어 이를 가상공간에서나마 한곳에 모으기 위해 국제둔황프로젝트가 생겨났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도 ‘복희여와도(伏羲女(과,왜)圖)’, ‘구법승도(求法僧圖)’ 등 둔황 및 중앙아시아 유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오타니가 가져온 둔황 유물 중 일부가 조선총독부를 거쳐 국내에 남게 된 것이다.

국내 둔황학 연구의 선구자인 권영필 상지대 초빙교수는 “1990년대 초반 둔황을 직접 가 볼 수 있게 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둔황 연구는 현재 미술사와 역사, 문학뿐만 아니라 종교 민족 지리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IDP 서울센터에서 세계 연구 현황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둔황학 연구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돈황학회와 중앙아시아학회를 중심으로 둔황에 관한 학술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돈황학회는 IDP 서울센터 출범을 기념해 2일 서울 동덕여대 인문관 소회의실에서 ‘한국 돈황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김흥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둔황 및 중앙아시아에 대한 연구는 한국사와 관련이 깊어 한국학의 시야를 넓히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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