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먹는다고 꼭 철들고 싶지 않아…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밴드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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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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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15돌 ‘크라잉넛’ 자신들 이야기 담은 책 출간

데뷔 15년을 맞아 자신들이 걸어온 음악과 삶에 관한 책을 출간한 크라잉넛. 이들은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앞으로도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데뷔 15년을 맞아 자신들이 걸어온 음악과 삶에 관한 책을 출간한 크라잉넛. 이들은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앞으로도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행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95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제대로 연주할 줄 아는 곡도 변변히 없었다. 그래도 마냥 즐거웠다.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얘기다.

15년이 지난 요즘 이들은 작사와 작곡, 녹음 등 전 과정을 스스로 하는 ‘자주독립 인디밴드’가 됐다. 홍익대 부근에서는 이들을 롤모델로 여기면서 ‘크라잉넛 키드’를 자처하는 밴드가 적지 않다.

크라잉넛이 4월 기념콘서트 ‘15주년 표류기’를 연 데 이어 최근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어떻게 살 것인가’(동아일보사)를 출간했다.

“좋아하는 음악만 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겁 없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음악 한다고 하면 밤무대 반주 나가느냐, 그냥 공부해라…. 이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우리도 불안해서 학교로 가곤 했지만 곧 발길을 돌려 악기를 잡았죠.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불안함보다 더 컸어요.”

그 불안함을 누르고 어떻게 하면 더 음악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음악 전공자도, 정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무작정 연습하니까 되던데요?”

이 책에는 밴드 이름을 크라잉넛으로 짓게 된 이유에서부터 음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겪은 갈등, 군대문제와 인디음악에 대한 생각, 진로 문제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등이 담겨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돼 이들의 말투가 그대로 녹아있다.

이들은 “평범하게 대학 가고, 회사 들어가는 삶도 있지만….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꼭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가’ ‘좋아한다면 한번 부딪쳐 보자’와 같은 얘기를 자주 하는 크라잉넛. 이들은 과거의 자신들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10대와 20대 관객들이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청소년기에 갖는 고민은 비슷해요. 진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주변에서 기대하는 것의 차이죠.”

이제 크라잉넛은 공연장에서 자신들이 활동을 시작한 1995년도에 태어난 친구도 만나고 결혼해 아이와 함께 온 부부들도 만난다.

하지만 이들은 30대 중반이지만 어린 친구와의 세대차이나 과묵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우린 철이 안 들었거든요. 나이 먹는다고 꼭 철들고 싶지는 않아요. 앞뒤 재고 분위기 잡는 것보다 느끼는 대로 노래하는 게 더 멋있어요.”

한국 인디밴드의 ‘원로’격인 크라잉넛. 초기엔 악보가 없어 테이프를 무한 반복하며 가사를 한글로 받아 적었지만 지금은 인터넷 검색 한 번에 기타 코드까지 주르륵 나온다. 크라잉넛은 기계가 발달한 것처럼 인디밴드들에 대한 시선도 나아졌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떨리는 마음으로 첫 무대에 섰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음악에 도전하겠지만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음악은 계속될 겁니다. 반항의 시기에 거쳐 가는, ‘호밀밭의 파수꾼’(샐린저의 소설) 같은 밴드가 되고 싶어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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