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의 향기]복권 낙태 존엄사 어떻게 볼것인가 ‘정의’의 샌델 교수 도덕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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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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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마이클 샌델 지음·안진환 이수경 옮김/352쪽/1만6000원·한국경제신문

저자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라는 점에서 우선 눈에 띄는 책이다. 최근작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2005년에 나왔다. 이 책에서 그는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이 무엇인지 짚고, 도덕을 둘러싼 철학적 논쟁을 소개했다.

이 책에 소개한 내용의 대부분은 ‘뉴욕타임스’ ‘애틀랜틱먼슬리’ 등에 실렸다. 따라서 “철저히 일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으며 오늘날의 공공생활과 도덕을 조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설명대로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늘 부딪히는 도덕적 판단에 관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한다. ‘복권과 도박’, ‘공공기관의 상업적 브랜드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같은 소재들이다.

그는 복권에 대한 글에서 “복권은 공동선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복권 찬성론자들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공공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늘리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복권을 옹호한다. 복권은 도박과 같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대편에 선다. 여기에서 샌델 교수는 “복권사업의 수익에 중독된 주 정부는 시민들에게 노동윤리와 희생정신, 도덕적 책임과 반대되는 메시지를 계속 퍼부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공공 영역의 타락이 복권이 야기하는 가장 중대한 해악이다”라고 지적한다.

공공영역의 상업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2003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1억66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고 ‘스내플’이라는 음료수를 뉴욕의 공식 음료수로 지정했다. 어스워치라는 회사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첩보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과 국가를 가르는 경계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는 사례들이다. 샌델 교수는 이를 비판하며 “국민은 고객이 아니다. 고객과 달리 국민은 때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와 상업의 차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에 관해선 “어떤 건축업자가 그저 조금 비싼 주차장을 이용한다는 생각으로 벌금을 물고 장애인 주차 구역을 이용한다면 이 행동에 아무 문제가 없을까”라고 묻는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는 게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밖에 그는 존엄사, 정치인의 거짓말, 낙태 등 치열한 논쟁 대상인 현안들을 다룬다.

이런 내용이 주를 이루는 책의 앞부분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하지만 도덕적 가치의 기반을 이루는 다양한 자유주의 정치이론을 검토하고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글에는 만만치 않은 무게가 실린다.

여러 이론을 해석해서 소개하는 가운데 도덕과 정의에 관한 샌델 교수의 생각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정치적 도덕에 대해서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공공선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도덕과 정의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다. 사회구성원 간의 의견 충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는 역사의 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시민사회를 향한 발걸음에서 서로의 다름을 좁히기 위한 치열한 논쟁은 필수불가결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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