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빈곤 - 건강 - 음식쓰레기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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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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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케리 레너드 지음·김난령 옮김/304쪽/1만3000원·타임북스

평범한 고교 교사 부부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고, 직접 텃밭을 
가꾸는 사이 식비를 아끼기 위한 실험은 식량정의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됐다. 저자 케리 레너드 씨(위 왼쪽)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씨 부부.사진 출처 www.dollaradaybook.com(저자 블로그)
평범한 고교 교사 부부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고, 직접 텃밭을 가꾸는 사이 식비를 아끼기 위한 실험은 식량정의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됐다. 저자 케리 레너드 씨(위 왼쪽)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씨 부부.사진 출처 www.dollaradaybook.com(저자 블로그)
어딜 가나 밥상이 문제다. 최근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마트에서는 중국산 배추가 동이 나고 정부가 나서 싼 가격에 채소를 공급했다. 최저생계비로 적절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사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일면서 한 국회의원이 최저생계비에 맞춘 식단을 체험한 뒤 남긴 감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먹는 문제, 특히 저렴하게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들의 큰 관심사다.

2008년 9월, 채식주의자라는 점만 제외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계획을 결심했다. 치솟는 물가로 불어나는 식비에 서서히 다가오는 경기침체 때문이었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부부는 빈곤, 식품가격, 장보기, 농산물과 농업 등 먹을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나간다.

한 달 동안 1인당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로 한 첫날 아침, 부부가 먹은 음식은 걸쭉한 오트밀 죽이다. 점심에는 땅콩버터 한 스푼과 잼 한 스푼을 식빵에 발라 먹는다. 쿠키 하나를 먹느냐 마느냐를 두고 당장 이혼이라도 할 것처럼 싸우기도 한다. 제대로 먹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체중이 줄어들면서도 프로젝트를 그만두지 않는다.

“나는 버려지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멀쩡한 음식을 내버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먹는 문제가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통기한을 지키는 데 집착했던 아내는 음식쓰레기 문제를 의식하게 된다. 남편은 결혼 초와는 달리 아내가 가사노동을 전담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의 빈곤 인구 상당수가 하루 1달러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식사를 하고 있고, 부부와는 달리 원한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 1달러 프로젝트는 ‘성공이자 실패’로 끝난다. 1달러로 먹고 살긴 했지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어 부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결심한다. 미국 최저생계비 수준에 맞춰 식사를 해보는 것이다.

저자들이 지원금 평균에 맞춰 책정한 하루 식비는 1인당 4.13달러. 부부는 미국 농무부에서 제공하는 ‘알뜰식단계획’에 가깝게 식단을 짜기로 했다.

실행 첫 단계에서부터 부부는 문제에 부딪힌다. 정부가 제시한 식단에는 채식 요리가 하나뿐이었다. 요리에 필요한 각종 양념이나 조미료는 장보기 예산에 들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인 저자들이 짬을 내서 요리하기에는 대부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음식이었다. 오렌지 대신 오렌지 주스를 먹으라고 권하는 등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섭취도 부족했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식량정의’라는 생소한 단어를 알게 된다. 식량정의란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영양가 있고 문화적으로 보편타당한 먹을거리를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준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부는 빈곤층 대부분이 자신들보다 나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빈곤 지역에는 저렴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파는 식료품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을 보려면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한다. 푸드스탬프를 이용할 때의 수치심, 열악한 생활환경은 곧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부부는 빈곤층이 패스트푸드에 길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한다.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건강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늘 뭔가를 더 갈구하는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패스트푸드는 건강에 좋지는 않더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다음 프로젝트로 예산과 상관없이 최대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데 돌입한다. 텃밭을 가꾸고 지역 유기농 농장에서 채소를 주문해 먹었다. 매 끼니 과식하지 않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었다. 한 달이 지날 무렵 부부는 원하는 만큼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도 식비가 식생활 실험을 시작하기 전의 3분의 2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식비 절약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부부를 식량정의에 대해 고민하도록 이끌었다. 저자들은 책 말미에 간디가 한 말을 인용한다.

“비록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지더라도,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부부는 “그래야만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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