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유학사상, 디지털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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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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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존경각, 경학자료 145책 DB화, 퇴계-율곡 등 학자 400여명 저작 담아

검색창에 ‘이황’을 치면 대학(大學) 1건, 논어(論語) 1건, 맹자(孟子) 1건, 서경(書經) 1건, 시경(詩經) 1건, 역경(易經) 2건이 뜬다. 이 목록은 퇴계 이황이 사서오경 중에서 책을 집필한 분야다. 다시 ‘논어’를 클릭하면 이황이 논어 원문 중 난해한 구절을 뽑아 뜻을 풀이하고 주를 붙인 ‘사서석의(四書釋義)’의 ‘논어석의(論語釋義)’가 표시되고, 이 자료 중 원하는 부분을 클릭하면 원문이 나온다. 실제 책의 이미지와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제 두꺼운 책을 뒤적이지 않고도 한국경학자료시스템 홈페이지(koco.skku.edu)를 통해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사상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존경각이 2004년 시작한 ‘한국경학자료집성’ 145책의 디지털 변환 작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경학 자료가 디지털화한 것은 처음이다. 존경각은 “조선의 국가 통치 이념인 유학에 대한 조선시대 학자들의 고유 사상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홈페이지를 통해 저자와 책 이름, 원문 출전으로도 경학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논어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검색하면 이 구절을 인용한 자료들의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찾을 수 있다. 주석별 검색을 이용하면 한 구절의 경문에 대한 경학자들의 자료가 정리돼 있어 비교할 수 있다. 한글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이번 디지털화한 자료들은 동아시아학술원의 대동문화연구원이 1988년부터 1999년까지 11년 동안 발굴, 수집한 경학 자료이다. 1397년 권근의 ‘입학도설’에서 1900년대 초 박장현의 ‘중산전서’까지 학자 400여 명이 저술한 533종의 자료가 포함됐고 입력된 한자만 2644만1470자에 달한다.

이광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동아시아의 유학 연구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유교를 국가의 기틀로 삼았던 조선시대의 경학 자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디지털 작업이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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