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라면… ‘일상 코드’로 본 한국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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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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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화여대서 심포지엄


휴대전화, 배달, 카페, 찜질방, 라면, 편의점….

일상에서 늘 접하거나 친근한 이들 대상을 통해 사회학자들이 한국사회를 들여다본다. 한국문화사회학회와 한국사회학회는 공동심포지엄 ‘현대 한국사회의 문화적 풍경-핸드폰, 택배, 방, 라면을 중심으로’를 29일 서울 이화여대 SK텔레콤관 컨벤션홀에서 연다. 소통문화, 방문화, 인스턴트문화 등 3개 세션으로 아홉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 휴대전화 사용자, 탈내면화한 모나드(monad)

김홍중 서울대 교수는 논문 ‘모바일 성찰성: 휴대전화가 구성하는 자아풍경’에서 휴대전화를 일상화한 현대인의 ‘모바일 성찰’을 논한다. 논문에서 김 교수는 휴대전화가 개인의 내면을 해체하고 사적 영역을 강화해 인간을 모나드(단자·單子)로 만든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논문이 바라보는 휴대전화 사용자는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피상적 커뮤니케이션에 종속되며 숙고의 시간을 상실’한다는 기존의 인식과 다르다. 앤서니 기든스가 말한 ‘근대적 성찰성’의 맥락에서 현대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새로운 형태의 ‘성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일상화한)이 ‘탈내면화된 모나드’는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전화를 할 때의 상황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 선택, 실천하며 언제 어디서 전화를 할지 모르는 타자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성찰, 즉 ‘모바일 성찰성’을 갖는다.”

○ 배달, 유한(有閑)계급 시뮬레이션

논문 ‘배달의 현상학’에서 최종렬 계명대 교수는 배달문화가 주문 한 번으로 시간과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환몽성(幻夢性·fantasmagoria)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물건을 나르는 배달자와 인간적 유대를 나누지는 않는다. ‘아랫것’에게 노동을 시키는 유한계급의 삶의 방식을 체험할 수 있게 할 뿐이다. 자신의 방어막 안으로 상품만 들이고 관계는 쌓지 않는다.

최 교수는 “사적 영역 안에 갇힌 ‘귀차니스트의 사회’로 한국사회가 졸아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한국인이 마주한 사물화된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 라면의 ‘불안, 해로움’ 코드 탈출

인스턴트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상품이 라면이다. 박선웅 한국교원대 교수는 ‘라면의 기호학’에서 이 식품이 거쳐 온 ‘정성이 깃든/간편한’ ‘천연/가공’ 등 이항대립 코드의 변화에 주목한다. “초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은 라면은 점차 불량, 가난, 간편하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기호학적 측면에서는 영양, 정성이 깃든, 정상(正常)을 의미하는 밥과 대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라면이 건강과 영양을 고려해 만들어지고 다양한 메뉴 개발로 ‘라면요리’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기존의 이항대립적 코드가 사라지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박 교수는 이를 “탈근대성이, 근대가 구축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개인화 속 편의점 전성시대

“편의점이 평천하(平天下)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편의점의 시민 아니면 신민이다.”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논문 ‘편의점 평천하’에서 편의점이 효율적이고 정확하다는 점, 정해진 매뉴얼 이상의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쿨한’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도시적 문화에 부합하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편의점이 도시의 허브에 적합한지에는 의문을 던진다. 구멍가게에서 쌓던 인간관계와 신뢰가 사라지고 감시의 영역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순금, 자동차, 요트 판매와 공공요금 납부에까지 영역을 넓히는 편의점의 패권주의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논문은 “1인 가족의 증가, 개인화로 치닫는 대세는 편의점 전성시대에 유리한 환경”이라면서도 “편의점이 제공하는 편리한 일상이 그에 맞설 희망과 역량을 앗아간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이수안 이화여대 교수의 ‘카페: 유목민의 문화풍경’, 김무경 서강대 교수의 ‘숨은 광장: 찜질방’ 등의 논문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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