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웃음 터지는 몸짓, 웃을 수 없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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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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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무용단 우나 프로젝트의 ‘제발!’
안무 ★★★ 연출 ★★★★

무용 연극 영상 등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 소통과 인정의 문제를 풀어낸 우나 프로젝트의 ‘제발!’. 사진 제공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무용 연극 영상 등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 소통과 인정의 문제를 풀어낸 우나 프로젝트의 ‘제발!’. 사진 제공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막이 오르면 남녀 2명씩 무용수 4명이 무대에 등장한다. 여자 한 명이 신발을 신었을 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무용수다운 아름다운 몸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육체들이다. 몇 분 동안이나 그대로 서서 관객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인사를 건네거나 말을 걸기라도 할 것 같은 태도다.

22,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제발(Please)!’의 도입부다. 스위스 안무가 마리사 고도이 씨가 이끄는 스위스 무용단 ‘우나 프로젝트’의 작품이다.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맨몸을 드러낸 채 서 있던 무용수들은 ‘핑크 팬더’의 OST가 흘러나오면서 경쾌하게 변신한다. 폴짝폴짝 뛰거나,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무대를 오가던 이들은 순식간에 손에 들고 있던 의자와 비디오카메라,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이어지는 무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please) 위해, 혹은 제발(please) 우리를 봐 달라고, 좋아해 달라고 쓰는 안간힘이다. 누군가는 별안간 제자리달리기를 하며 아무 의미도 통하지 않는 소리를 낸다. 몸에 새긴 문신에 붉은 잉크를 흘리며 그림을 그리고, 스타킹으로 만든 보디슈트를 입고 과장된 속눈썹을 붙인다. 이들의 몸짓은 우리가 평소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들의 과장된 표현이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비디오로 촬영 중인 퍼포먼스가 비치고, 그 화면 안의 스크린에 또다시 무용수의 모습이 비치면서 무한 반복된다. 그렇게 ‘나를 봐 달라’는 외침을 반복한다.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연방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은 공연 말미 ‘I want you to notice’를 되뇌는 U2의 ‘Creep’이 흐르는 가운데 바닥에 뒹구는 이들의 몸을 카메라가 샅샅이 비추자 잠시 숙연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공연 준비 과정을 빠르게 되감기한 영상이 상영된다. 무용수들 역시 관객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애써왔음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무용, 연극, 영상, 음악에 누드까지 한꺼번에 펼쳐놓아 다소 산만할 수 있었지만 지루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풀어내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타인의 인정에 목매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드는, 가벼운 가운데 진지함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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