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9>법, 정의, 국가…평등은 국가 안에서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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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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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정의, 국가/아르노 기그 지음·민혜숙 옮김/동문선

《“빵을 분할하는 것이 정의에 대한 모든 성찰에 모델을 제공한다. …우선 가장 공정한 분배는 빵 조각들을 완전히 균등하게 자르는 일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바로 매우 평등한 정의의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분배의 다른 과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각 회식자의 필요에 따라서 빵 조각의 두께를 어울리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또한 업적에 따라 분배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빵의 양은 하루 종일 한 일의 양에 따라서, 그 결과의 질과 제공한 노력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빵과 분배. 이 과정에서 정의는 무엇인가? 저자는 정의가 빵의 분배와 이를 위해 함께 참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전자는 사회적, 경제적인 분배 시스템이고, 후자는 이를 위해 협력하는 시민들의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다. 간단히 말해 저자는 이 책에서 정의를 법과 국가의 범주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정의는 곧 법의 실현이고, 국가는 법을 실행하는 주체다.

프랑스 고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루소, 홉스 등의 이론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를 테면 ‘동물은 권리를 가지는가’ ‘인간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를 별개로 인식할 수 있는가’ ‘정의도 불공평할 수 있는가’ ‘정의로운 행동이 보복행위가 될 위험은 없는가’ ‘국시란 무엇인가’ ‘국가가 자유를 억압하는가’ 등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동물에 대해 불필요하게 고통 받지 않을 권리만을 인정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동물이 권리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 자신에 대한 의무라는 의미다.

저자는 또 본질적으로 평등한 정의가 자연과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이유로 불평등해지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인간과 인간의 차이는 자연 상태보다 사회에서 더 차이가 난다”는 루소의 ‘불평등기원론’을 언급하면서 차이는 그것이 불리해질 때 불평등으로 변모하고 인간들 사이에 지배관계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법과 국가야말로 불평등에서 벗어나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권리의 평등을 지켜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자유와 평등은 정의를 충족시키는 두 요소이지만 때로 현실적인 과정에서는 모순 되는 것처럼 비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의는 우리로 하여금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과의 평등을 요구하도록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문턱이 있는데 그것을 넘어서면, 너무 지나친 평등은 더는 견딜 수가 없다. …더 평등해야 한다는 구실을 댄다고 해서 한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더 정당한 사회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선한 기제로 파악하고 있다. 국가를 사회의 외부 원형질이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 보면 국가와 사회는 더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무정부주의자들에게 국가는 어떠한 형태이든 악의 존재였다. 마르크스주의자의 목표는 부르주아를 대체한 프롤레타리아의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 속의 국가에 대한 논쟁을 언급하면서 자문자답한다.

“국가가 자유를 제한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국가 밖에서는 자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우리의 자유를 침식하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고, 너무 많은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두렵다. …인간이 정치에서 점점 더 손을 떼기 때문이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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