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라는 장기 남아있어 연구가치 높아”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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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서 뒤늦게 미라 기증 반대 CT까지 찍고 재매장한 경우도”
서울대 의대 신동훈교수, 고려대 의대 김한겸 교수,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이숭덕 교수(왼쪽부터)가 2일서울 고려대에 모여 미라 공동연구 방법,연구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논의하고 미라연구회 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은지 기자kej09@donga.com
■ 전문가들 연구모임 준비

“그 폐흡충은 어떻게 발견했어요?” “어떻게 알긴요. 미라가 알려줬죠.” “잘했네. 그 덕에 질병 역사가 또다시 쓰인 것 아니야.”

“미라는 ‘구’로 세나 아니면 ‘대’로 세나?” “음… 조상들이니 ‘분’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라 연구에 몰입한 연구자들이 공식 연구 모임을 결성하기 위해 만났다. 2001년 경기 양주에서 발견된 소년 미라 ‘단웅이’부터 경기 파평 윤씨 묘역에서 발견된 모자 미라(2002년), 대전에서 발견된 ‘학봉장군’ 미라(2004년) 등 2000년대 들어 미라가 한국에서 발견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정식 학회가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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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김한겸 교수(병리학)와 서울대 의대 신동훈 교수(병리학), 서울대 법의학연구소 이숭덕 교수가 2일 서울 고려대에 모여 학회 등 연구모임 설립을 논의했다.

“2006년에 전남 장성에서 온전한 형태의 미라가 발견돼 간 적이 있는데, 사진 찍고 컴퓨터단층촬영(CT) 하고 난 뒤에 갑자기 문중에서 반대를 해 재매장한 일이 있어요.”

김 교수가 운을 떼자 신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 교수는 “보통 집안의 장손이 조상의 미라를 연구용으로 기증해도 나중에 다른 후손이 문제를 제기하면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증을 받아도 아예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사나 이장을 하다 미라를 발견해도 사람들이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 교수는 “예전에 공사장에서 나온 무연고 미라를 화장장에서 화장하기 직전에 연락을 해 온 적이 있다”며 웃었다. 이 교수는 “유물이 나오면 문화재청이나 박물관 등 바로 떠오르는 주관 부서가 있는데 미라는 처리 경로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미라가 발견됐을 때 연락이 오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나오는 미라는 매장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미라가 된 것이다. 내장을 제거하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이집트 미라와 달리 장기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생전 식습관과 질병, 당시 자연환경 등을 연구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웅이’에서는 결핵균과 간염 바이러스가, 2008년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미라에서는 체외 기생충 일종인 이(蝨)가 나왔다. “사람 몸에서 병균이 발견된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확인을 통해 한국인의 질병 역사를 추적하고 밝히는 게 연구자의 도리이자 가치”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그간 미라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나 통합 검증시스템이 부족했다며 “사람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미라 연구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이제 ‘미라 연구를 위한 윤리’와 체계적인 공동 연구, 교차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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