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신데렐라 아리아가 끝나자 관객들은 입을 열었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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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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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신데렐라’
노래 ★★★★☆ 연기 ★★★★ 관현악·합창 ★★★☆ 연출 ★★★☆

로시니 ‘신데렐라’ 2막. 신데렐라와 왕자의 결혼식에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계부 돈 마니피코(바리톤 장성일·가운데)와 의붓언니에게 신데렐라(메조 김선정·왼쪽)가 ‘나를 이제 딸, 동생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로시니 ‘신데렐라’ 2막. 신데렐라와 왕자의 결혼식에 찾아와 용서를 구하는 계부 돈 마니피코(바리톤 장성일·가운데)와 의붓언니에게 신데렐라(메조 김선정·왼쪽)가 ‘나를 이제 딸, 동생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로시니의 ‘신데렐라(라 체네렌톨라)’는 ‘오페라 아메리카’가 집계한 ‘북미대륙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목록에서 11위에 오른 작품이다. 푸치니 ‘투란도트’, 베르디 ‘아이다’보다 순위가 높다. 친근한 이야기와 경묘하고 즐거운 음악이 어울렸으니 그럴 만하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공연될 기회가 적다. 최고도의 콜로라투라(목관악기처럼 여러 음을 빠르게 오가는 기교) 창법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합한 성악진을 골고루 갖추기 힘든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21, 22일 전당 내 해돋이극장에서 공연한 ‘신데렐라’로 이 쉽지 않은 작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는 ‘2010년 한국 오페라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로 미리 점찍어둘 만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씨는 타고난 신데렐라였다. 초점이 뚜렷한 소릿결부터 지혜와 순수함을 갖춘 신데렐라다웠고, 훗날 쇼팽이 플루트용 변주곡으로 편곡해 친숙한 아리아 ‘슬픔과 눈물 속에서 태어나’에서 화려한 기교로 경탄을 자아냈다. 최고음을 바로 찍지 않고 아래 음에서 올려붙이듯이 접근한 점을 제외하면 고금의 명음반들에 뒤지지 않았다. 왕자의 연회 장면에서 베일을 벗어젖힐 때 일동이 발하는 탄성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신데렐라는 시각적인 면에서도 딱 들어맞았다.

테너 강요셉 씨 역시 타고난 라미로 왕자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힘겨울 정도로 높은 음역에서 이어지는 라미로의 노래가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음을 빼앗기는 사랑의 악구가 사뭇 달콤했다. 계모 없이 계부와 의붓언니 둘이 등장하는 이 오페라에서 계부 돈 마니피코 역을 맡은 바리톤 장성일 씨의 활약도 주목할 만했다. 탐욕과 분노, 비굴함을 오가는 음성의 결을 요령 깊게 전환했고 웬만한 희극배우 못지않은 표정연기도 일품이었다. 이 밖에도 왕자의 시종 단디니 역의 바리톤 공병우 씨가 중창 ‘희극의 종말에는 비극이’에서 보여준 매끈한 기교, 의붓언니 클로린다와 티스베 역의 소프라노 박선영, 메조 신민정 씨가 보여준 투명한 앙상블, 전 배역 중 유일하게 웃음기가 없는 진지한 철학자 알리도로 역의 베이스 김재찬 씨가 들려준 깊은 공명 등 어느 배역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성악진들의 앙상블에서는 1막에서 약간의 불일치가 발생했다. 부분적으로는 극장의 건조한 음향 탓이었다. 현악기의 저미는 리듬이 가진 중고(中高) 음역의 에너지가 묻혀버리는 바람에,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리듬에 성악진이 즉각 반응하기 힘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의 묘(妙)도 흡족한 부분이었다. 무대를 단순한 벽체로 처리한 대신 프로젝션을 투사해 변화하는 날씨와 분위기를 전달했다. 참신한 착상은 아니었지만 예상보다 좋은 효과를 낳았다. 다만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를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종종 프로젝션이 ‘과용’에 흘렀다. 여러 색깔의 점을 퍼져나가도록 해 출연진의 내면적 행복감까지 표현하려는 시도는 불필요해 보였다. 1막 후반부에서 가족의 공간인 2층 창문에 외부인인 알리도로가 갑자기 나타난 점은 의아했다.

무대외적인 부분에서는 공연장 로비에 각 배역진의 의상 디자인을 전시해 포토존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곳에서 공연 전 구연동화 순서도 마련한 부분이 돋보였다. 요령 있게 번역한 한글 자막까지 어느 부분 하나 중앙 무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던 이번 프로덕션이 이틀 공연을 넘어 긴 기간 여러 지역에서 청중의 갈채를 받을 수 있기 바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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