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작은 무대 한계 연출로 보완 군중 신은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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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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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투란도트’
가창 ★★★☆ 연출·무대 ★★★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서울 예술의전당이 14일부터 675석 규모의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푸치니 ‘투란도트’는 큰 규모의 관현악과 합창, 중국 황실의 위세를 표현할 무대가 필요한 오페라다. 중형 극장인 토월극장에 본디 적합한 작품은 아니다. 예술의전당 측도 ‘코끼리 냉장고 넣기’에 이를 비유했다.

다행히 작은 무대가 눈에 띄는 무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칼라프 왕자의 ‘수수께끼 심판’이 열리는 2막 무대는 간결한 편이었지만 강한 황금빛 조명으로 황제의 권위를 나타냈다. 천자(天子)의 자리가 계단 한가운데 있어 첫눈에는 어색했으나 ‘하늘과 땅을 중개하는 존재’를 나타낸 상징으로 이해할 만했다.

‘투란도트’에서 연출가들의 해석이 가장 갈리는 부분은 백성 또는 ‘군중’의 표현이다. 이 작품에서 군중은 권력자에게 고난당하며 맹종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권력자의 잔인함에 편승해 약자를 박해한다. 이탈리아 연출가 제피렐리는 쉴 새 없이 부유하듯 움직이는 무질서한 군중의 모습으로 이를 표현했고 중국의 장이머우는 조명의 변화로 이들의 변덕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서 장영아 연출은 인형처럼 저마다의 자리에 붙박인 모습으로 ‘조종당하는’ 군중을 표현했다. 많은 움직임을 줄 수 없는 작은 극장에는 적합한 연출이었지만 3막 리우의 자살 장면에서는 군중의 놀라움과 후회가 설득력 있게 표현되지 않았다.

첫날인 14일의 출연진 중에서는 권력을 뺏긴 티무르 왕 역의 베이스 최웅조 씨가 인상 깊었다. 호소력을 담은 음성뿐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 연기도 일품이었다. 투란도트 역의 소프라노 조영주 씨도 아리아 ‘먼 옛날 이 궁전에서’에서 힘 있게 뻗는 고음역의 포르티시모로 만족감을 주었다. 칼라프 왕자 역 윤병길 씨는 1막에서 소리가 트이지 않았고 관현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2막부터는 충분한 볼륨을 되찾았다. 지휘를 맡은 최희준 씨는 일반적인 해석보다는 빠르게 전막을 끌고 나갔다. 1막과 3막의 피날레에서 쌓아올리는 악기들의 밸런스가 귀에 뿌듯하게 다가왔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4만∼6만 원. 26일까지 오후 3시(21, 22일 오전 11시 공연 추가. 23일 공연 없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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