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39>堯曰咨爾舜아 天之曆數在爾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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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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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20편의 마지막 ‘堯曰(요왈)’ 편의 제1장은 전설상의 성군인 二帝三王의 정치에 대해 서술했는데 그 가운데 첫 부분이다. ‘요왈’ 편은 세 개의 章에 불과하고 체제도 다른 편과 다르다. 그래서 ‘논어’의 본편이 아니라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논어’의 첫 번째 ‘學而’ 편이 學規(학규)이고 마지막의 ‘요왈’ 편은 정치 강령과 군자의 要訣(요결)을 말하여 수미가 조응한다.

요 임금은 순 임금에게 帝位를 평화적으로 물려주었는데 이를 禪讓(선양)이라 한다. 선양의 때에 요 임금은 위와 같이 당부했다고 하며, 순 임금은 또 禹(우) 임금에게 선양할 때 이 훈화를 전했다고 한다. 훈계의 핵심은 ‘允執其中’이다. 中은 中道를 말하니 ‘진실로 그 중도를 잡아라’라는 뜻이다. 단, 이 말은 ‘상서’의 어구를 點綴(점철)한 듯하다. 현행 ‘상서’ 虞書(우서)의 ‘大禹謨(대우모)’에는 ‘允執厥中(윤집궐중)’이라 나온다. 뜻은 같되 지시사인 其가 厥로 되어 있다.

咨는 감탄어이다. 曆數는 제왕이 제위나 왕위를 얻는 순서에 담겨 있는 命運이다. 춘하추동이나 24氣, 12節에 순서가 있듯이 제위나 왕위에 오르는 일도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뜻에서 쓰는 말이다. 四海는 천하의 동서남북에 있다는 바다를 말하되 보통 사해의 안인 천하를 가리킨다. 天祿은 하늘이 주어준 福祿(복록)으로 천자가 될 命運을 말한다.

작고하신 한 대통령의 유품 중에 ‘允執其中’의 휘호가 있다고 한다. 바로 여기에 나오는 어구이다. 제왕이나 지도자의 철학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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