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의 향기]‘히잡 속의 인권 외침’… 그녀들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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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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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페미니즘/하이다 모기시 지음·문은영 옮김/295쪽·1만5000원·프로네시스

최근 유럽 전역에서는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히잡 착용을 전면 금지한 일 때문이었다.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이기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와 문화적 전통이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했다. 이처럼 무슬림 여성의 인권은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이며 이란 여성연합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어떤 식으로 서구와 이슬람 지식인들에게 이용돼 왔는지를 밝히고 미래를 전망한다.

서구의 무슬림 여성 이미지는 ‘아라비안나이트’와 연관이 있다. 무자비한 무슬림 남성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무력한 존재이자 서양 남성의 환상을 충족시킬 만큼 성적으로 매혹적이다. 제국주의 시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학대를 당연시하는 이슬람문화는 마치 악마처럼 취급받았다. 이 같은 오리엔탈리즘은 유럽의 식민정책과 이슬람 혐오증을 정당화했다. 저자는 “식민화 과정에서 무슬림 여성의 역할과 지위 문제는 서양이 동양을 타격하는 각목이 되곤 했다”며 무슬림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자고 외치는 서구 사회의 동기가 결코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착용을 전면 금지하며 일어난 히잡 논란은 여전히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는 무슬림 여성 인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여러 국가가 착용을 전면 금지하며 일어난 히잡 논란은 여전히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해결되지 않은 문제임을 상기시켰다. 무슬림 여성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는 무슬림 여성 인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소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에 대한 반발로 이슬람 사회에서는 수동적인 것에서 독립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무슬림 여성상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때 히잡은 전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여성의 참여와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모두 똑같이 쓰기 때문에 계급적 차이도 드러나지 않으며 오히려 서구의 부패한 소비주의에서 자신을 지킬 수도 있다. 이른바 이슬람페미니즘의 등장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역시 무슬림 여성들의 현실을 무시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여전히 경제적 계층은 히잡 아래의 옷차림, 혹은 히잡의 소재와 디자인을 통해 구분된다. 여성을 제약하는 법안과 관습 역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이슬람 사회의 시도가 상당 부분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 역시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서구의 지식, 합리성, 근대성에 대한 거부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문화적 다양성과 상대주의를 강조하며 서구 중심의 근대화를 반대한다. 서구에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슬람원리주의와 일부분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포스트모더니즘 사상은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까지도 다양성과 상대주의의 범주에 놓으며, 그동안의 여성인권신장을 부정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이슬람원리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통해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 주로 서구에서 유입된 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돼 왔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란의 여성인권탄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하며 여성인권운동이 이슬람 사회 내부의 여성들에게서 촉발되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저자는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는 ‘여성들이 (여성 억압에 대한) 반대 담론과 반문화 정치학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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