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빛과 색채로 바라본 한국의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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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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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사진작가 마이클 웨슬리展

마이클 웨슬리의 ’한국 풍경’전에 선보인 전북 남원의 풍경. 사진 제공 더컬럼스 갤러리
마이클 웨슬리의 ’한국 풍경’전에 선보인 전북 남원의 풍경. 사진 제공 더컬럼스 갤러리
분명 전시 제목은 ‘한국의 풍경’인데 갤러리에 걸린 사진 속에는 다양한 색채만 수평으로 이어져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풍경은 묵직한 갈색에서 푸른빛으로 이어지고 전북 남원시 아영면의 풍경은 쑥색과 하늘색, 대략 둘로 구분될 뿐이다.

이들은 독일 사진작가 마이클 웨슬리 씨(47)가 빛과 색채만 들어올 수 있게 직접 고안한 핀홀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조리개 부분이 가로로 좁게 열리는 카메라로 찍은 풍경 사진은 마치 색면 그림 같은 구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2005년부터 5년간 서울 부산 안동 천안 등을 다니며 풍경은 사라지고 배경을 이루는 색채만 남은 사진을 촬영했다.

그가 이 땅의 풍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표현한 전시가 8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컬럼스갤러리(02-3442-6301)에서 열린다. 핀홀 카메라로 찍은 사진 속에서 사물의 형체는 드러나지 않아도 햇빛과 풍경이 다른지라 지역별로 개성적인 색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동독의 이미지에 관심을 기울였던 작가는 유일한 분단국가에 눈길을 돌렸다. 사진 속 남북한은 철조망 대신 푸른 들판, 파란 하늘의 색채로 서로 닮아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잡아내는 사진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2001년 뉴욕 MOMA의 개보수 공사 시작부터 완성을 기록한 사진으로 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색으로 한국을 그린 사진과 함께 피사체를 카메라에 긴 시간 노출시키는 기법을 이용해 촬영한 덕수궁, 남대문시장, 탑골공원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들 사진에선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주는 듯한 신기루 같은 이미지가 나타난다.

빠르게 지나는 사람들은 먼지처럼 희미한 흔적으로 남고, 건물과 나무처럼 고정된 존재는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들. ‘이미지의 부재를 통해 부재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그려내는’ 그의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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