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하늘을 땅으로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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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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祭器로 쓰인 120여점 첫 공개

15세기 조선시대 왕실 제의 때 곡식을 담아두었던 분청사기 보.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15세기 조선시대 왕실 제의 때 곡식을 담아두었던 분청사기 보.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1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는 ‘하늘을 땅으로 부른 그릇-분청사기 제기(祭器)’전. 제기로 사용했던 15세기 분청사기 12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분청사기 제기를 공개 전시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분청사기 제기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며 전문가들도 잘 몰랐던 내용이다. 이번 전시품은 호림박물관이 최근 8년 사이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이다.

조선시대 왕실 제사에 사용한 제기는 주로 금속으로 제작했으나 조선 초기 15세기엔 금속이 부족해 분청사기로 제기를 만들었다. 이들 분청사기 제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국조오례의’에 나오는 제기 관련 기록이나 그림과 모양이 일치한다.

‘땅은 네모나다’는 전통적인 우주관을 반영해 만든 사각형 모양의 보(보), 하늘을 상징해 원형으로 만든 궤(궤), 입이 넓고 목이 길며 굽이 높은 항아리인 준(尊), 향을 피우는 향로, 향을 담아 놓는 향합(香盒), 제관이 제례의식에서 손 씻을 물을 담아 놓는 이(이), 제상 맨 앞에 술을 담아 놓는 작(爵) 등 그 외관이 다양하다. 이 가운데 궤나 보에는 곡식을 담아 놓는다. 보의 경우 몸통과 뚜껑에 영물인 서수(瑞獸)를 만들어 붙이고 파도 꽃 벼락 등 다양한 무늬로 장식했다. 무늬 표현의 자유분방함은 분청사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호림박물관은 도자기 컬렉션으로 유명한 곳. 분청사기 제기와 함께 국보 222호 백자청화 매화 대나무 무늬 항아리 등 조선백자와 고려청자 명품도 감상할 수 있다. 월요일 휴관. 02-541-3523∼5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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