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7>축제로 만드는 창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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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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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단순히 인간의 심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수준을 넘어서 경제활동의 중요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사회의 경직적인 경제구조는 이제 정보기술과 문화로 대체되면서 인간의 창의성에 기초한 경제, 즉 ‘창조 산업(Creative Industry)’이 국가 및 지역경제의 중요한 부문으로 성장하고 있다.”》축제가 도시를 만들어낸다
◇ 축제로 만드는 창조도시/신동호 등 지음/한울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979km²에 2만3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런던에서 150km 떨어져 있고 교통도 불편하지만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400만∼500만 명. 런던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도시의 관광 포인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문호 셰익스피어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생가, 셰익스피어와 가족이 묻힌 홀리트리니티교회 등 유적지의 효과도 크지만 무엇보다 큰 행사는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주도하는 셰익스피어 탄생축제다. 해마다 스트랫퍼드에서 600∼700회의 공연을 하는 이 극단이 지역에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연간 1040억 원에 이른다.

이 책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최근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전통적 생산요소보다는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 기술이 경제의 중심으로 전환된다는 데 주목하고 문화산업으로 도약한 세계 각국 도시들을 탐구한다. 특히 이 책이 짚는 성공 도시들의 도약의 계기는 ‘축제’다.

프랑스 앙굴렘의 만화축제도 유명하다. 특징 없고 평범했던 소도시 앙굴렘은 지역과 아무 상관이 없던 만화를 테마로 축제를 이뤄냈다. 만화 살롱(전시회), 원판을 수집·전시하는 만화박물관을 열고 만화 이미지와 무대를 연결한 ‘만화 콘서트’를 선보이는 등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한겨울이라는 축제 기간은 약점인 듯 보였지만 연중 축제가 풍성한 프랑스에서 오히려 변별점이 됐다. 이 도시는 매년 1월 하순 전 세계 문화계의 주목을 받는 만화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일본 산촌마을인 규슈의 유후인은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일본 여행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온천이 있기도 하지만 독특한 지역 축제도 큰 몫을 했다. 초원에서 바비큐파티를 연 뒤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쇠고기 먹고 소리 지르기 대회’가 그것이다. 이 대회로 비육우를 사육하는 농가가 늘어났고 재미있고 독특한 대회 내용이 알려지면서 관광소득도 늘어나 주민들의 자신감이 고양됐다.

우리나라의 함평 나비축제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의 주도로 1999년 처음 시작한 나비축제는 해마다 방문객이 늘어 2006년에는 171만 명에 이르렀다. 이 축제로 함평은 나비와 곤충, 자연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는 지역 이미지가 확립됐으며 농산물의 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역 주민의 소득도 늘어났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선진 공업국의 도시 경제가 제조업이 아니라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활동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현상이다. 사람들의 문화적, 심미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축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도시들이 선택한 문화산업의 키워드다. 저자들은 이론적 기반과 도시만의 특성, 자료들을 통해 다양한 축제를 분석한다. 그 속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사하라 모리아키(일본 시가 현 나가하마의 지역 활성화 사업을 이끈 주식회사 구로카베의 설립자)의 말처럼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것,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것을 살려나가는” 지역의 노력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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