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만드는 문화 선진국]②프랑스 예술정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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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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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파격 세제지원’ 뒤 문화재단 250곳 늘어

예술 협력활동에 지출한 돈
기 업에 60% 세액공제 혜택
국민참여 늘며 문화강국 우뚝

1일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광장. 오가는 시민 대부분이 광장 북쪽에 바로 보이는 해군청(hotel de la Marine)을 잘 알고 있었다. 피에르 모르소 씨(42)는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가 콩코르드 광장에서 교수형을 당한 뒤 저곳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프랑스혁명 직전 완공된 이래 프랑스 근대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도 시간의 더께가 쌓이면서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했다. 이 일에 발 벗고 나선 곳이 통신회사 부이그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2007년 10월부터 2년 5개월 동안 7200만 유로(약 1080억 원)의 해군청 보수 공사 기금을 후원했다. 정부는 부이그텔레콤에 세액 공제 혜택을 줬다.

15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아드미칼(ADMICAL·프랑스기업메세나협의회)의 로르 쇼디 국제업무 담당관은 “2003년 8월 ‘메세나 협회·재단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 대한 감세 혜택을 정책적으로 확대하자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며 “기업의 메세나 활동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는 국민에 대한 문화 서비스를 국가의 의무로 여기므로 다양한 방안으로 이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예술에 대한 국민 참여는 국가 주도 비즈니스’라는 인식을 갖고 예술 협력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문화강국으로 올라선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개편된 법률의 골자는 ‘기업이 예술 협력 활동에 지출한 액수의 60%에 대해 총매출액의 0.5%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당시 세법은 세무 당국이 예술 협력활동 지출로 판정한 기부금에 한해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을 취했으나, 이를 세액 공제 방식으로 개정한 것이다. 기업이 기술이나 현물을 제공할 때도 기부금과 동일하게 60%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쇼디 담당관은 “2003년 법 개정 이후 기업이 앞 다퉈 문화재단을 세우고 문화 예술계와 협력하게 됐다”며 2003년 이전에는 재단이 100여 곳 정도였지만 이후 350여 곳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개인들도 예술 협력과 관련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했다. 개인은 과세 소득의 20%까지 기부금의 66%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5년간 이월이 가능하다.

이런 흐름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참여를 크게 높였다. 2007년 국외로 유출될 위기에 처했던 니콜라 푸생의 회화 ‘이집트로의 비상’을 각계의 성금으로 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17세기 제작된 이 국보급 작품을 개인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는다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프랑스가 떠들썩했고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 컬렉터에게 팔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이 작품을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예산과 절차가 만만치 않았다. 이때 루브르박물관이 나서 기업들에 구입비 모금을 요청하자 생명보험사 AXA, 석유화학회사 토탈 등 20여 개 기업의 기금이 속속 모였다. 이렇게 마련한 1700만 유로로 작품을 매입했고, 이 작품이 처음 전시됐던 리옹의 보자르미술관에 영구 전시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예술 협력에 대한 세제 혜택은 다양하다. 기업이 문화재를 구입해 국가에 기증하거나 국가 기관이 문화재를 구입하는 비용을 지원하면 해당 금액의 90%를 세액 공제받는다. 이 제도로 오르세미술관은 2점의 작품을 기부받았다. 전문가와 학생들에게 빌려주기 위해 기업들이 구입한 악기에 대해서도 60%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이 방식으로 명품 ‘루이뷔통’의 그룹 LVMH가 바이올린을 구입해 대여해주고 있다.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광장 앞에 있는 해군청. 민간 기업인 부이그텔레콤이 보수 공사 기금을 후원했다(위 사진). 건설업체 뱅시가 
2007년 복원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선보인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아래 사진).파리=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동아일보 자료 사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광장 앞에 있는 해군청. 민간 기업인 부이그텔레콤이 보수 공사 기금을 후원했다(위 사진). 건설업체 뱅시가 2007년 복원 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선보인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아래 사진).파리=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동아일보 자료 사진
▼건설사 뱅시 직원, 베르사유 궁전 무료입장 왜?▼

‘거울의 방’ 보수때 1200만 유로 후원… 정부, 각종 혜택 제공


1일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거울의 방’. 357개의 거울로 장식된 이 방은 ‘베르사유의 꽃’으로 불린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이 이 방에서 취임식을 했다.

1670년대 지어져 300년 넘도록 여전히 빛나는 이 방의 아름다움은 한편으로는 문화 예술에 대한 국가와 민간의 협력의 상징이다. ‘거울의 방’은 곳곳에 퇴색과 균열의 흔적이 드러나면서 2004년부터 3년간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건설업체 뱅시가 프랑스 기업 메세나 사상 가장 큰 액수인 1200만 유로(약 180억 원)를 후원했다. 돈뿐만 아니라 복원 과정의 행정 기술적인 부분까지 뱅시가 모두 맡았다. 뱅시는 세액 공제를 받았으며 직원 모두가 5년간 베르사유 궁전에 무료입장할 수 있는 혜택도 받았다. 정부와의 협약에 따라 뱅시는 이곳에서 리셉션도 개최할 수 있다.

프랑스 기업들은 베르사유 궁전을 유지 보수하는 데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1998년 설립된 문화재단 AFV는 궁전 별채인 파비용 프레를 보수하는 데 165만 유로를 내놓았다. 궁전의 정원에 있는 조각품 300여 개를 보수하는 데에는 중소기업들도 참여해 모두 50만 유로를 내놨다.

베르사유=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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