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진입한 한국 민족학박물관 서둘러야”

  • Array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늘 6개국 초청 심포지엄… 네덜란드-美 대표의 ‘조언’

스테번 엥엘스만 관장(왼쪽)과 리처드 웨스트 명예관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민족학박물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스테번 엥엘스만 관장(왼쪽)과 리처드 웨스트 명예관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민족학박물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건 문화를 뛰어넘어 다양한 관점을 접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민족학박물관에서 한국인들은 창조적 발전의 기회를, 이민자는 정서적 안정과 문화적 자존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스테번 엥엘스만·네덜란드 레이던민족학박물관장)

행정안전부가 11일 밝힌 국내 외국인 수는 113만9000여 명.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했거나 90일 이상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집계한 것이다. 온라인 정부 민원 창구인 ‘국민신문고’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와 몽골어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다문화사회가 현실이 되면서 ‘다민족 다문화’를 소개할 민족학박물관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4일 ‘세계민족학박물관장 초청 국제심포지엄’을 열어 6개국 민족학박물관장들과 ‘향후 민족학박물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를 논의한다.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은 엥엘스만 관장과 미국의 리처드 웨스트 스미스소니언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 명예관장을 13일 오후 서울 서머셋팰리스호텔 2층 로비에서 인터뷰했다.

아시아유럽박물관네트워크(ASEMUS)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엥엘스만 관장은 “한국 사회는 앞으로 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될 것이므로 그때를 대비해 다른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오고 한국인들이 나가는 만큼, 함께 어울림을 배울 수 있는 민족학박물관을 만든다는 건 당연한 순서죠.”

웨스트 명예관장은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살아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전시 위주의 기존 박물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정보를 얻고 포럼도 열 수 있어야 합니다.”

스미스소니언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은 전시와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인디언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시각으로 내용을 구성한다. 웨스트 명예관장은 “16년 전 처음으로 인디언박물관을 세울 때 ‘인디언박물관은 생소하다’는 인식이 컸지만 결국 인디언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 인디언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니 사람들도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듣고 있던 엥엘스만 관장도 동의하며 “제3자의 눈으로 다른 민족과 문화를 연구하거나 평가하기보다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탐험가들이 수집해 온 물건을 전시하고 자랑하기 위해 세운 박물관은 이제 끝”이라며 “보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문화를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족학박물관을 운영하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인디언들 사이에서도 부족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었고 유물 하나를 놓고 해석이 분분할 때도 있었다. 웨스트 명예관장은 “아예 처음부터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14일 심포지엄에서 엥엘스만 관장은 ‘민족학박물관의 임무’, 웨스트 명예관장은 ‘박물관이 개발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어려움’에 대해 발표한다. 두 사람은 “유물이나 소장품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다 보면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