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17>子夏曰, 小人之過也는 必文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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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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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이 있는 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잘못이 없다고 자기 자신을 속여서 겉으로 은폐하고 말재주로 번지르르 꾸미는 것을 文過(문과) 혹은 文過飾非(문과식비)라고 한다. ‘논어’ ‘子張’의 제8장에서 자하가 한 말에서 나왔다. 小人之過也는 ‘소인의 허물로 말하면’이니 ‘소인은 허물이 있으면’이란 뜻이다. 文은 文飾(문식)이다. 주희는 자하의 말을 풀이해서 소인은 改過를 꺼리되 自欺(자기), 즉 자기기만은 꺼리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꾸며대서 잘못을 더하게 된다고 했다.

공자는 ‘學而(학이)’에서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하라’고 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고치기를 꺼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衛靈公(위령공)’에서는 ‘過而不改(과이불개)가 是謂過矣(시위과의)니라’고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허물이라는 뜻이다.

한편 ‘맹자’ ‘公孫丑(공손추) 下’에서는 ‘古之君子는 過則改之러니 今之君子는 過則順之’라 했다. 옛날의 군자는 허물이 있으면 고쳤지만 지금의 군자는 허물을 이루고 만다는 뜻이다. 나아가 맹자는 ‘今之君子는 豈徒順之(기도순지)리오 又從而爲之辭(우종이위지사)로다’라고도 했다. ‘지금의 군자는 어찌 이룰 뿐이겠는가, 그에 따라 변명하기까지 하는구나!’라는 뜻이다.

자하가 말한 小人은 덕이 없는 사람을 두루 가리키지만 맹자가 말한 今之君子는 지금의 군주와 대신을 가리킨다. 덕이 모자란 일반인의 文過飾非도 우려해야 하지만 위정자의 文過飾非는 공동체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기에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崔漢綺(최한기)는 ‘帝王學’이란 논문에서 군주가 덕이 부족하면 툭하면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고 언사를 꾸미지만 그 발언과 정치가 백성을 해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했다. 위정자가 각별히 새겨볼 말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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