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가족 오페라 ‘피노키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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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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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으로 꾸민 무대장치-의상-소품 독특

재활용품으로 꾸민 무대장치-의상-소품 독특

‘피노키오의 모험’ 1막. 숲에 나무하러 온 제페토(왼쪽에서 네 번째)가 “나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피노키오(가운데)의 속삭임을 듣고 의아해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더뮤즈
‘피노키오의 모험’ 1막. 숲에 나무하러 온 제페토(왼쪽에서 네 번째)가 “나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피노키오(가운데)의 속삭임을 듣고 의아해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더뮤즈
조너선 도브의 ‘피노키오의 모험’은 2007년 영국 리즈에서 초연된 젊은 오페라다. 지난해 미국 미네소타 공연에서는 ‘고전에서 재미를 이끌어낸 독창적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을 오페라단 ‘더뮤즈’가 4∼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했다.

‘친환경 오페라단’을 표방해온 더뮤즈는 5일이 환경의 날임을 상기하는 의미도 담아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을 모두 재활용품으로 꾸몄다. 광고용 플래카드를 뜯어 만든 서커스단과 군중의 의상에는 ‘할인’ 등의 글자가 드러났다. 상징성이 강한 무대였지만 뜯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2막 고래 배 속 장면에서는 CD를 줄줄이 엮어 바닷속의 거품을 형상화했다. 깊은 바다의 느낌이 극사실주의적 무대 못지않게 가까이 다가왔다.

무대에서 아쉬운 부분은 한가운데 놓인 컨테이너였다. 1막 시작 부분에서는 컨테이너 전면을 개방해 제페토의 집 겸 작업실임을 드러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문을 닫은 채 무대 한가운데 방치해 버린 느낌이었다. 재활용 천을 바꾸어 덮으면서 색상 변화를 주었더라면 서커스 극장이나 바닷속 등 배경 전환에 방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도브의 음악은 1막 시작 부분에서 관객의 귀를 사로잡지 못했다. 전통적 음악어법이 아니면서 일정한 반복 패턴이 없어 지루하게 흘렀다. 1막 인형극 부분 등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이 도입되면서 음악은 활기를 찾았다. 20세기 초 거리음악에 최근의 미니멀 빅밴드 음향을 결합한 듯한 관현악부가 피노키오 이야기의 우화적이면서 떠들썩한 분위기에 맞아들었다.

타이틀 롤인 피노키오 역은 4일 공연과 5일 밤 공연, 6일 낮 공연을 테너 윤주현 씨가 맡았다. 다른 두 차례 공연은 원작대로 메조소프라노 윤영민 씨가 피노키오를 노래했다. 공명점이 높게 잡혀 여린 느낌을 주는 윤주현 씨의 노래는 피노키오의 캐릭터에 어울렸다. 그러나 자기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피노키오의 독백과 대화 사이에 적절한 음색의 변화가 없어 평면적인 느낌이었다. 인형극 감독과 서커스 단장을 맡은 바리톤 박찬일 씨의 여유로운 노랫결과 무대 장악력이 돋보였고, 여우 역을 맡은 카운터테너 박조현 씨도 인상적인 음성연기를 펼쳤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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