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그 거대한 발자국…

  • Array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늘부터 추모학술대회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

1981년 10월 방한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무당 김금화의 신사굿을 참관하고 있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앞줄 가운데). 오른쪽에 있는 여성은 부인인 모니카 레비스트로스. 사진 제공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
1981년 10월 방한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무당 김금화의 신사굿을 참관하고 있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앞줄 가운데). 오른쪽에 있는 여성은 부인인 모니카 레비스트로스. 사진 제공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
“인간은 이 세상에 언제까지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지구가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그때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그래도 인간은 생활하고 일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2009년 11월 타계한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쓴 회고록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가운데 한 구절이다. 그와 1960년대부터 인연을 쌓아온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 구절을 “레비스트로스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남긴 유언”으로 꼽는다.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 인류학을 개척한 학자다. 저서 ‘슬픈 열대’ ‘신화학’ ‘야생적 사고’ 등을 통해 미개의 세계도 문명 세계와 동등하게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적 무의식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1981년 한국을 방문해 3주간 머무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그를 회고하고 학문적 궤적을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28,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리는 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 ‘현대문명과 우리 안의 슬픈 열대’.

이두현 교수와 이광규 서울대 명예교수,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 임봉길 강원대 명예교수는 특별세션 ‘한국문화인류학과 레비스트로스’를 통해 각각 레비스트로스와의 개인적, 학문적 인연을 담은 글을 발표한다.

강 교수는 ‘한국에 온 레비스트로스’를 통해 방한 당시를 회고했다. 강 교수는 “노량진 수산시장을 돌아보던 중 마른 멸치를 보며 ‘보석 같다!’고 외치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관찰하고 질문하는, 순수함을 지닌 학자였다”고 말했다. 이두현 교수에 따르면 레비스트로스는 방한 뒤 한국의 굿을 직접 참관한 것을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고 한다. 02-887-4356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