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07>我則異於是하여 無可無不可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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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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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語’ ‘微子’ 제8장에서 공자는 학문과 덕행이 높지만 벼슬을 살지 않고 세상을 벗어나 있는 逸民(일민)의 행동양식에 대해 논평을 했다. 伯夷(백이)와 叔齊(숙제)는 뜻을 높이 지니고 외부의 모욕을 받지 않았다. 柳下惠(유하혜)와 少連(소련)은 뜻을 굽히고 몸을 욕되게 했으나 말하는 것이 윤리나 조리에 맞고 행실이 思慮(사려)를 벗어나지 않았다.

虞仲(우중)과 夷逸(이일)은 숨어 살면서 放言을 하되 몸은 淸廉(청렴)에 부합했고 세상에서 버려져도 때와 장소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하는 權道에 부합했다. 이렇게 논평을 한 후, 공자는 자기 자신을 그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是는 지난 호까지 공자가 논평했던 일민의 立心과 造行(조행·나아간 행실)을 가리킨다.

가한 것도 없고 불가한 것도 없다고 한 말은 공자가 나는 지극히 평범해서 가한 것도 없고 불가한 것도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는 주자가 해석했듯이 공자가 저 일민들의 立心이나 造行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각기 한 가지 국면을 고집했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본다. 주자는 無可無不可의 뜻을 풀이하려고 ‘맹자’가 “공자는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시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시고,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무시고, 속히 떠날 만하면 속히 떠나셨다”고 논평한 말을 끌어왔다.

‘논어’ ‘里仁’에서 공자는 “군자는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꼭 해야 한다고 고집하거나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집하지 않고 오직 大義에 입각해서 행동한다(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고 했다. 無適無莫(무적무막)이라고 하면 可와 不可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오직 義를 따르는 것을 말한다. 정말로 私心을 버리고 大義를 따르겠다고 결심할 때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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