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는 백제 ‘익산 신도시’의 랜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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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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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심포지엄… 건축史 전문가 배병선 씨 색다른 해석
“무왕, 교역 거점도시 위용 보여주려 첨단기법 동원 건축”

7세기 창건된 백제 미륵사의 복원 모형. 창건 당시 미륵사의 건물 규모는 동서 178m, 남북 174m였다. 중앙에 목탑, 좌우에 석탑을 배치해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했다. 목탑과 동쪽 석탑은 사라졌고 서쪽 석탑만 훼손된 채 남아 있었으나 보수 복원을 위해 현재 해체 중이다.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7세기 창건된 백제 미륵사의 복원 모형. 창건 당시 미륵사의 건물 규모는 동서 178m, 남북 174m였다. 중앙에 목탑, 좌우에 석탑을 배치해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했다. 목탑과 동쪽 석탑은 사라졌고 서쪽 석탑만 훼손된 채 남아 있었으나 보수 복원을 위해 현재 해체 중이다.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익산은 백제가 추진했던 국제적 신도시였고 미륵사는 당시 첨단 건축기법을 도입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인 7세기 백제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와 함께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북 익산시의 미륵사. 창건 당시 건물 면적이 동서 178m, 남북 174m로 당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미륵사. 조선시대를 거치며 건물은 모두 사라지고 서쪽 석탑(국보 11호) 하나만 부서진 채 남아 있었다. 지금은 국보 11호 미륵사터 석탑을 보수하기 위한 해체 작업이 10년째 진행 중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배병선 전시홍보과장(한국건축사)이 익산과 미륵사의 새로운 면모를 밝히는 흥미로운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27, 28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학술심포지엄 ‘백제 불교문화의 보고, 미륵사’(국립문화재연구소 주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미륵사의 배치와 건축 유구를 통해본 백제조영기술’을 발표한다.

배 과장은 미륵사의 3탑 3금당식 가람 배치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1탑 1금당(건물 하나에 탑이 하나 서 있는 사찰공간)이 3개가 붙어 있는 형식은 그때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되지 않던 특이한 형식. 가운데에 목탑이 있고 좌우로 석탑이 있어 사찰을 웅장하게 만들어준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최고의 건축술을 자랑했던 중국 북위의 뤄양(洛陽)에서도, 거대한 신라 황룡사에서도 9층탑이 하나만 서 있었는데 왜 미륵사만 거대한 탑을 3개씩이나 세웠던 것일까” 의문을 제기한다.

금장식 곡옥 등 장신구 대량 출토  지난해 익산 미륵사터 석탑에서 출토된 백제 무왕 시대 유물 중 청동합에 들어 있던 ‘금장식이 있는 곡옥’.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청동합에서 금제구슬 370여 점과 유리구슬 등 4800여 점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금장식 곡옥 등 장신구 대량 출토 지난해 익산 미륵사터 석탑에서 출토된 백제 무왕 시대 유물 중 청동합에 들어 있던 ‘금장식이 있는 곡옥’.국립문화재연구소는 청동합에서 금제구슬 370여 점과 유리구슬 등 4800여 점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사진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배 과장은 금당 건물의 기단과 지붕 등 미륵사의 건축적 특징이 일본 고대 건축에 나타난다는 점, 미륵사보다 연대가 늦은 둔황 벽화에서 이와 유사한 건축물 그림이 나온다는 점 등에 주목한다. 이를 놓고 그는 “미륵사의 건축이 국제적 양식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륵사터 발굴에서 돌을 올릴 때 기중기 같은 기기를 사용했던 흔적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미륵사 건축에 첨단 기술이 도입된 것으로 보았다.

배 과장은 미륵사 건축을 7세기 익산 도시와 연관시켜 논의를 이어갔다. 그는 “당시 중국과 활발히 교류했던 무왕은 익산을 대외교류의 거점인 국제 신도시로 꾸미려 했다”며 “그 익산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당시 최고 수준의 건축술과 첨단 기술을 동원해 국제적 감각의 미륵사를 건설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덕분에 미륵사가 다른 사찰보다 더욱 장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선 한국 중국 일본 학자 50여 명이 참가해 △미륵사 창건의 역사적 배 △사리장엄구를 통해 본 백제의 불교미술 △미륵사터 석탑 보수정비 △백제 최대 사찰 미륵사의 건축적 위상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현재 미륵사터 석탑은 해체가 막바지에 이르러 조립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층의 일부까지만 남아있던 미륵사터 석탑(원형은 9층 추정)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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