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인간에 대한 동물학적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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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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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태보고서/한나 홈스 지음·박종성 옮김/560쪽·1만8000원·웅진지식하우스

그림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그림 제공 웅진지식하우스
키 큰 금발 백인 여성인 저자는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살폈다. 다른 부위에 비해 유난히 털이 많은 머리, 피부의 반점을 잘 드러내는 흰 피부, 양육 기간과 상관없이 항상 부풀어 있는 가슴…. 자연사·과학사 분야의 전문작가인 저자는 때때로 남성의 몸과 비교하며 호모사피엔스의 특성을 적어 나갔다.

한마디로 인간의 생김새와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다. 텃세를 부리고 약탈하고 번식하는 것은 동물만이 아니다. 번식기와 상관없는 매우 잦은 짝짓기와 생존 에너지 획득을 넘어선 식탐에 대한 열정은 여느 동물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다.

인간은 ‘돔형의 두개골을 맨 꼭대기에 이고 있는 동물’이다. 살과 뼈의 구조는 ‘사촌’인 원숭이에 비해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다행히 쇠붙이를 잘 다루는 능력 덕분에 다른 포식자와의 경쟁에서 이겼다. 동물을 길들여 사육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추운 북극에서는 순록 가죽을 벗겨 제2의 피부를 만들어 적응했다.

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은 뇌를 발달시키지 못했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체에 비해 큰 뇌를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이 있다. 우선은 마키아벨리적 이론으로 속임수에 능한 영장류가 신체 대비 큰 뇌를 가진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속여 먹이나 짝을 가로채려면 많은 뇌세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능의 필요성 때문에 뇌가 커졌다는 설명도 있다. 협력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선행을 잘 기억했다가 되갚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용량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지적 지도 이론은 먹이 저장 장소 등 필요한 정보를 지도로 그려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인간 개체가 계속 살아남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남녀가 이성의 겨드랑이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후각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실험, 다른 감각보다 연구가 덜 된 촉각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침입자를 대하는 태도도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다. ‘피신 거리 단계’별로 일련의 행동을 취한다. 침입자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피한다. 가까이 와서 피하는 것이 오히려 주의를 끌 것 같으면 숨는다. 거리가 더 좁혀졌다면 침입자와 대적하기 위해 위협신호를 보내거나 공격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동반되는 수많은 추상적 공간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저자는 역사상 1154개의 문화권 중 일부일처제를 가진 곳은 100여 개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호모사피엔스는 일부일처 동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다른 동물과 달리 양육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사회적 제도가 발달했다고 지적한다. 오랜 양육 시간에는 부모의 화합이 필요한데 이런 이유로 인간은 번식기와 상관없이 자주 성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은 다른 많은 동물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새로운 적응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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