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엔 정년 없으니 더 치열하게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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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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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시카고 예술대 명예박사 이성순 관장

월트 디즈니와 오손 웰스를 배출한 대학이다.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현대미술의 스타 제프 쿤스가 이곳을 다녔다. 고흐의 ‘아를의 반 고흐의 방’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미술사에 나오는 명작이 즐비한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학교 미술관이다. 이 대학은 바로 244년 전통을 자랑하는 시카고예술대(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대학은 22일 졸업식에서 두 예술가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 미니멀 아트의 세계적 거장 엘스워드 켈리(87)와 이 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한국의 섬유예술가 이성순 소마미술관 명예관장(67·사진).

“어휴, 1%도 기대하지 못한 일이라 처음엔 어리벙벙했죠. 한인 최초인 데다 켈리 같은 대가와 같이 받는다니 시간이 흐를수록 놀랍고 겁도 나네요. 더 열정적으로 일해야죠. 앞으로 또 다른 한국인에게도 영광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그는 1976년 남편과 남매를 서울에 두고 뒤늦게 유학을 떠났다. 요즘은 한국 유학생이 350여 명에 이르지만 당시엔 그 혼자였다. 힘든 결정이었던 만큼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고 제1회 시카고 외국인 학생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주목받았다. 귀국 후 이화여대 교수로 후학을 가르치면서 한국섬유미술가회를 발족하고 17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섬유예술의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학위 수여도 “한국 미술의 높아진 위상 덕분”이라고 그는 겸손해 하지만 2차원에 머물던 섬유예술을 3차원 설치작업으로 확장하고, 바느질과 천에 스며 있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미를 현대미술로 형상화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

“대학은 퇴직했어도 예술가에겐 정년이 없으니 치열하게 작업하겠습니다. 더불어 서울 올림픽 문화유산으로 세자르, 솔 르윗, 부르주아 등의 작품이 자리한 올림픽조각공원과 소마미술관을 연계해 조각공원을 활성화할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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