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69>恭則不侮하고 寬則得衆하고 信則人任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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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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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陽貨’에는 ‘논어’의 일반적인 문체와 다른 글이 많다. 이 제5장도 仁의 내용을 다섯 가지로 나열하는 방식이 특이하다. 곧, 공자의 젊은 제자였던 子張이 공자에게 仁에 대하여 묻자 공자는 ‘다섯 가지를 능히 천하에 행한다면 仁이 된다’고 대답했고 자장이 다시 그 내용을 묻자 공자는 恭(공) 寬(관) 信(신) 敏(민) 惠(혜)의 다섯을 열거한 후, 다시 위와 같이 그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다.

恭則不侮는 내가 공손하면 남이 나를 모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의 다섯 구는 則이라는 접속사를 중간에 사용하여 가정(조건)과 결과의 짧은 문장을 이루었는데 한문의 특성상 앞의 구와 뒤의 구가 주어를 달리할 수 있다. 곧, 恭則不侮와 信則人任焉의 두 문장은 앞의 주어와 뒤의 주어가 다르다.

恭寬信敏惠에 대해서는 마음의 덕목으로 볼 수도 있고 仁政의 조건으로 볼 수도 있다. 다섯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처음의 恭이다. ‘논어’ ‘顔淵(안연)’에서 공자는 ‘문밖에 나가 사람을 대할 때는 큰손님을 대접하듯이 공손히 하고, 백성을 부릴 적에는 큰제사를 받드는 것처럼 공경히 해야 한다’고 했고, ‘子路’에서는 ‘평상시 집에 거처할 때도 공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했다.

이 뜻을 이어 조선 인조 때의 趙翼(조익)은 서재를 恭齋(공재)로 이름하고 ‘恭齋說’이라는 글을 지었다. 그가 말했듯이 천하의 도는 가까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때 내게 가장 가까운 것은 용모를 갖추는 일이고 용모를 제대로 갖추려면 공손함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도 자기 자신을 확고히 하려면 恭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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