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공주’는 언제부터 ‘블루’가 좋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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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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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선호색상 변화 추적
윤정미 씨 연작사진전

윤정미 씨의 ‘핑크 프로젝트’ 연작 중 하나. 핑크에 빠져 있던 소녀가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엿보게 한다. 사진 제공 갤러리 인
윤정미 씨의 ‘핑크 프로젝트’ 연작 중 하나. 핑크에 빠져 있던 소녀가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엿보게 한다. 사진 제공 갤러리 인
사진가 윤정미 씨(41)의 ‘핑크&블루 프로젝트’ 연작은 요모조모 뜯어볼수록 재미있다. 사진의 주인공인 여자와 남자 아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늘어놓은 대형 사진에서 아이들의 취향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무렵엔 남녀의 선호 색상 구분이 확실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옷과 인형에 둘러싸여 있고 남자 아이들의 로봇과 조립식 장난감은 온통 파란색 계열이다. ‘여아=핑크, 남아=블루’라는 획일화된 고정관념을 확인시키는 듯했다. 한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변화의 모습을 보인다.

3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열리는 ‘핑크&블루 프로젝트 Ⅲ’전은 동일한 아이를 몇 년 뒤 다시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전시다. 유아기엔 ‘핑크 공주’였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보라, 파랑으로 선호 색상이 극적으로 달라진 경우도 있고 분홍과 파랑의 이분법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아예 다른 색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훌쩍 성장한 모습도, 그들이 소유하는 물건의 변화를 통해 성장배경과 인종, 문화를 슬쩍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는 16명의 아이들을 꾸준히 추적해가며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색상과 물건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성별에 따른 취향의 차이, 소비주의 등 현대사회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윤 씨는 “사진 속 아이를 통해 그 사회의 단면을 비춰 본다는 점에서 내 작업에는 문화인류학적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참고로 작가의 방식을 본받아 아이들 사진을 찍어두면 밋밋한 기념사진보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앨범이 탄생할 것 같다. 02-737-467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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